[기고-이상길] 농업인의 노후와 농지연금

입력 2012-06-28 18:35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인구대부분이 도시지역에 몰려있지만 농촌에 부모님이 계신 도시민도 많다. 이들 중에는 바쁜 도시생활로 자주 고향에 찾아가 보지 못하고 농촌의 부모님 노후를 늘 걱정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이런 분들에게 부모님의 여유 있고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줄 선물을 추천하고 싶다. 농지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농지연금은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작년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농지연금에 가입한 농업인은 소유 농지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매월 연금처럼 지급받는다. 연금을 받다 돌아가실 경우 담보농지를 처분해 그동안 받은 돈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주고 부족하면 국가가 부담한다.

예를 들어 75세 농업인이 2억원 상당의 농지를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할 경우 매월 94만원 정도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받는 연금액은 농지가격과 가입연령, 지급방식에 따라 결정되며 연금 지급방식은 종신형과 기간형 중에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농지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소유면적 3만㎡ 이하이고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하며, 영농경력 5년 이상인 농업인이어야 한다.

시행 2년 차를 맞는 농지연금에 대한 농업인의 호응이 매우 좋다. 경기도 포천의 김화숙(66)씨는 소유농지 3596㎡를 담보로 농지연금에 최초로 가입해 매월 51만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재산보다 자녀에게 부모가 노후에 잘사는 모습을 남겨주고 싶어 농지연금에 가입하게 됐다고 한다.

1000번째 가입자인 경북 봉화의 김선구(73)씨는 소유농지 2만1710㎡를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해 매달 105만원의 연금을 받게 되었다.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사과 수확을 전혀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생활비가 부족해 농지연금을 신청했다. 담보로 제공한 농지는 직접 경작할 수도 있고 남에게 임대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농지연금을 선택했으며 김씨는 농지연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농지연금은 올해 4월 말 기준 1465명의 농업인이 가입했다. 가입자는 매월 평균 94만원의 연금을 지급받으며, 평균 가입연령은 75세로 70대가 전체 가입자의 6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농지연금의 가입만족도는 77%,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은 73%로 조사돼 농업인의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부모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서 자녀들의 농지연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 농촌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31.8%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들 농업인의 상당수는 안정적 노후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연금으로 노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농업인이 많아졌다는 희망적인 기사를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