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레인메이커
입력 2012-06-28 18:38
인공강우 전문가를 지칭하는 레인메이커(rainmaker)는 원래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올리는 미국 인디언 주술사를 뜻했다. ‘행운을 부르는 사람’ ‘특정 분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 또는 ‘세일즈 실력이 탁월한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뭉뚱그려 ‘단비 같은 존재’쯤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맥락이 통한다.
지구촌은 사막화 지역 증가와 대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알맞은 시기에 적당히 내려주는 단비는 인류의 소망이다. 세계 각국이 인공강우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으로 비를 내리는 원리는 1946년에 발견됐다.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리자 얼음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한 미국의 빈센트 쉐퍼 박사에 의해서다. 그는 실제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고, 그 구름은 잠시 후 눈을 흩날렸다. 성공한 첫 실험은 인공강우가 아니라 인공강설이었던 셈이다.
여하튼 그 이후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비행기 외에 로켓과 방공포 등도 이용되고 있고, 드라이아이스 외에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의 물질을 구름 속에 뿌려 수증기를 물방울 또는 얼음 알갱이로 만드는 방법도 개발됐다.
인공강우 강국은 중국이다. 기상전용 항공기를 37대나 보유하고 있고, 각 성(省)마다 인공강우센터가 있다. 그 덕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악명 높은 스모그도 없앨 수 있었다. 러시아는 체르노빌 원전사태 때 인공강우로 피해를 줄였다. 미국에선 전기장을 이용해 구름이 한 점 없어도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차례 실험해 8차례 성공한 것이 전부다. 기상 전용기는 한 대도 없다. 중국이나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가뭄으로 전국이 난리다. 강수량이 평년의 6.4%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104년 만에 가장 적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기다려질 정도다. 농작물과 함께 농심(農心)이 타들어가고 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가 하면 고사 직전의 가로수 구출 작전도 벌어지고 있다. 가뭄과 관련해 중앙재난대책본부는 11년 만에 가동됐다.
조만간 장마가 시작되겠지만, 우리나라도 진작 인공강우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인공강우 실용화를 위한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