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공익과 자유’ 동시에 누릴수는 없는가… ‘민주주의의 불만’

입력 2012-06-28 17:37


민주주의의 불만/마이클 샌델/동녘

최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국회의원 자격 논란이 일었다.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한 것은 전체주의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얼마 전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주말 및 야간영업을 금지한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가.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우리가 현대 민주주의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만들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그 불만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우선 1940년 미국 국기(성조기)에 대한 충성 서약을 둘러싼 ‘마이너스 교육청 대 고비티스’ 사건을 보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립학교에서 퇴학당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두 어린이의 부모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사람들을 포괄적인 충성에 묶어두는 거의 무의식적인 감정의 주입을 막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다수 의견으로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3년 뒤 웨스트버지니아 주 교육위원회 대 바네트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정반대로 국기에 대한 경례의 강요를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샌델은 두 사건을 예시하며 이렇게 묻는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국가는 어떻게 공동의 시민의식을 함양시킬 것인가.”(86쪽)

그러면서 샌델은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온 미국식 자유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현 시대를 샌델은 ‘절차적 공화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낙태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낙태법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임신 초기에는 임신부의 프라이버시권에 기초한 낙태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임신 12주 내 의사가 승인한 낙태를 주정부가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권리를 남에게 간섭받지 않을 사적인 권리로 보고 있으며,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산모에게 낙태의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샌델의 입장은 보수적이다. “자유롭게 선택하는 무속박적 자아로서의 인간상은 최근에야 비로소 우리의 헌법적 실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 호소력이 무엇이건 간에 그러한 인간상은 미국의 정치적 전통의 토대가 아니며 ‘민주주의 사회의 공적 문화’는 더더욱 아니다.”(155쪽)

이처럼 미국식 민주주의는 건국이념인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모순으로 인해 불완전한 체제일 수밖에 없다. 자유의 이념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등논리와 정면충돌한다. 평등을 강조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제해야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자유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샌델은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공화주의’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샌델 역시도 논쟁에만 불을 붙여놓고 실상 그가 꿈꾸는 ‘다음’ 공화국의 모습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샌델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완벽한 민주공화정(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인할지 모른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단 하나다. ‘민주주의 뒤에 숨은 자유를 의심하라!’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