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번엔 ‘참칭상속인’ 공방… 재산분쟁 2차 공판

입력 2012-06-28 00:37

삼성가(家) 상속재산 분쟁을 둘러싼 두 번째 재판이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서창원) 심리로 열렸다.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 측과 이건희(70) 삼성그룹 회장 측은 이 회장이 참칭상속인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참칭상속인이란 용어는 이번 재판의 핵심이다. 참칭상속인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자신이 재산상속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회장 측 대리인들은 재판에서 이 회장이 진정한 상속인이지만 참칭상속인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용어의 뜻만 두고 보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을 고(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회장의 입장과는 상반된 이야기처럼 들린다. 스스로 법적 상속권이 없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회장 측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하는 이유는 상속회복청구권 제도라는 법 조항 때문이다. 상속회복청구는 참칭상속인의 지위를 가진 자가 상속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제척기간(법률상 정해진 권리 존속기간)이 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피해자가 침해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 이 회장 측이 자신을 참칭상속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특검 당시 이 회장의 차명주식 존재 여부가 대대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미 제척기간인 3년을 넘겼다는 것이다. 만약 이 회장이 참칭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되면 상속회복청구권 제도가 아닌 소유권에 관한 청구가 돼 제척기간이나 시효에 제한이 없어지게 된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재판에서 이 회장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돈을 제척기간 동안 잘 숨기기만 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는 논리가 아니냐”며 ‘도둑놈 심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재판장은 “‘도둑놈 같은’이라는 말은 재판정에서 삼가고, 논리로만 진행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