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십시일반 ‘크라우드 펀딩’ 국내서도 뜬다
입력 2012-06-27 19:21
독립영화 ‘1999, 면회’는 후반작업 비용 330만원을 일반인에게 모금했다. 일반적인 모금과 차이점이라면 모금통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했고, 후원자들에게 시사회 초대권 등 약간의 보상을 주기로 약속한 것뿐이다. 한 운동복 제작회사도 신제품 제작비용 500만원을 모금한 지 하루만에 7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영화 및 음반 제작에는 각각 5599만원과 1397만원이 모금됐다. 모두 일반인이 약간의 ‘보상’을 받고 일정액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방식으로 진행 중인 사업들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을 업고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투자자 모집 창구로 각광받고 있다. 기발한 아이템을 이용한 창업부터 가난한 문화예술인 후원까지 분야도 다양해 제도권 금융기관의 허점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사장될 뻔한 아이템의 부활=미국 시카고에 사는 무명 디자이너 스콧 윌슨은 2010년 애플의 ‘아이팟’ MP3 플레이어를 시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시곗줄을 고안한 뒤 크라우드 펀딩 업체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1달러 이상 투자자에게는 ‘상품 출시의 보람’을, 25∼70달러 투자자에게는 제품 패키지를, 150∼500달러 투자자에게는 특별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1만3000명 이상의 투자자가 목표액 1만5000달러의 60배에 이르는 94만 달러를 그에게 투자한 것이다. 2009년 설립된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단체는 약 2만4000개, 모금액은 2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굿펀딩, 펀듀, 텀블벅, 인큐젝터 등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인큐젝터 이현준(30)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기법은 영세 상인에서부터 대규모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장될 뻔한 좋은 아이템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안착이 관건=지난 4월 미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허가를 담은 ‘잡스법(JOBS·신생기업육성법)’이 제정됐고 우리나라에서도 기획재정부 주도 하에 관련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정비되면 크라우드 펀딩이 벤처캐피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 시장에 이어 제3의 투자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개인 거래이다 보니 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마땅한 감독 규정이 없어 사고 발생 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정부가 대부업 관리 체계에 편입시키거나 보증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