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兆 시장’ 아몰레드 기술 해외유출… 이스라엘 기업에 넘긴 삼성·LG 협력사 직원 3명 구속
입력 2012-06-27 21:59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삼성·LG의 차세대 국가핵심산업기술인 55인치 TV형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패널)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기술을 경쟁업체 등에 넘긴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등)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납품업체 오보텍 한국지사 직원 김모(36) 차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모(43) 부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오보텍 한국지사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 유출은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시장점유율(77%) 세계 1위 업체인 오보텍사가 직접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오보텍사는 고객사인 디스플레이 관련 회사의 영업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홍콩에 별도 법인 DAP(아시아 기술총괄)를 설립했다.
오보텍사는 지난해 11월 삼성·LG의 아몰레드 생산 현장에서 검사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김씨 등에게 정보를 빼내 본사와 DAP 등에 보고토록 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수차례 장비를 점검하는 척하며 아몰레드 패널의 실물 회로도를 장비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해 USB에 복사한 뒤 신발, 벨트, 지갑 등에 숨겨 나왔다. 김씨 등은 빼낸 정보를 프레젠테이션 자료 형태로 모아 직원들과 공유하고 오보텍 본사 임원, 중국·대만 지사 영업 담당자, DAP 등에 보냈다.
검찰은 핵심 기술이 중국 BOE사 등 삼성·LG의 경쟁사에도 유출된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DAP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BOE에 적합한 자료인지 모르겠으나 이 회로도는 매우 민감한 데이터니 신중히 다뤄 달라’는 내용을 발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보텍사가 아몰레드 시장의 후발업체에 기술을 넘기면 결국 이들도 자신들의 검사장비를 구입하는 고객이 돼 ‘윈윈’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보텍 본사는 수사하지 못해 해당 정보가 어느 기업들에 넘어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90조원 규모 시장인 아몰레드 사업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과 LG는 각각 1조3800억원, 1조27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신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정보 유출에는 삼성과 LG의 안전불감증도 문제가 됐다. ‘공장 내부에서 외부로 종이 한 장 갖고 나갈 수 없다’며 철벽보안을 자랑했지만 양사는 협력업체 직원의 소지품 검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협력업체가 설립한 정보취합 기관의 존재도 몰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