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왕, IRA 지도자 맥기니스 장관과 악수… 즉위 60주년 맞아 화해 메시지

입력 2012-06-27 10:41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7일 북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지도자와 악수했다. 즉위 60주년을 맞은 여왕의 ‘다이아몬드 희년’ 순방의 절정이었다.

북아일랜드를 방문한 여왕은 자치정부 2인자인 마틴 맥기니스 장관을 만나 손을 맞잡았다. 맥기니스는 2005년까지 30여년간 IRA 사령관으로 폭탄 테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여왕의 사촌인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도 1979년 북아일랜드에서 IRA의 폭탄 테러에 희생됐다. 왕실은 “여왕과 장관의 사적인 만남”이라고 설명했으나 맥기니스 장관이 왕실과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BC는 “두 사람이 손잡는 광경은 치유와 화해를 넘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는 이제 갈등을 뛰어넘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주민의 말을 전했다.

여왕은 전날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1987년 IRA 폭탄 테러의 현장인 호수마을 에니스킬렌의 성미카엘 성당에 들러 주민들과 만났다. 영국 왕이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성당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에니스킬렌 길가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나와 손을 흔들며 여왕을 맞았다. 즉위 60주년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단 여왕은 테러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CNN은 “이번 방문이 수십년간 지속돼 온 분쟁을 종식시키는 상징적인 행사가 되길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RA를 지지하는 일부 젊은이들이 여왕 방문 전날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왕실은 수십년간 지켜온 비공개 관례를 깨고 북아일랜드 일정과 장소를 미리 공개했다.

올해는 여왕 즉위 60주년인 ‘다이아몬드 희년(Diamond Jubilee)’이다. 다이아몬드는 즉위 60주년 기념 보석이고, 희년은 화해와 회복을 뜻하는 성경 용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