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박근혜 비판 목소리 왜 잠잠한가… 초선·소장파 ‘침묵의 카르텔’ 뻔한 게임 찍힐 일 없다?

입력 2012-06-27 19:06

새누리당이 ‘침묵의 카르텔’에 빠졌다.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 룰 확정을 강행하면서 ‘불통(不通)’ 논란이 일고 있지만 당사자인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를 제외하고는 당 어느 곳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거부로 당내 경선이 반쪽짜리가 될 상황에서도, 200만명 당원명부가 유출된 악재가 발생해도 당은 잠잠하다. 한 중진 의원은 27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중진 고참들은 19대 총선에서 모두 날아갔고, 초선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숨죽인 평화시대라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도 정치적 쟁점에 관심이 많고 궁금하다. 왜 개인 의견이 없겠느냐”면서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누가 우리 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 뻔한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친한 초선들끼리만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후보 선출이 확실시되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여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보육 및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주제로 정책개발 조찬모임을 가졌다.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며 “정책 개발을 통해 대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150명 가운데 초선 비율은 절반(76명·50.7%)이 넘는다. 당 쇄신 일환으로 지난 총선에서 대폭 물갈이된 결과지만 존재감은 없다. 일부는 ‘박근혜 키즈’로 불린다.

18대 국회 때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주류였던 친이명박계에 ‘입바른 소리’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민본21도 현재 겨우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맏형격이었던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이 당의 미진한 쇄신에 반발해 탈당한 뒤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구심점이 사라졌다. 주광덕 전 의원 등 상당수는 낙선했고, 당선된 황영철 의원(황우여 대표 비서실장) 등 일부는 당직을 맡았다.

민본21 간사를 맡았던 김성태 의원과 이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정두언 의원 정도가 한마디씩 하지만 울림이 작다. 김 의원은 “개혁 의지가 강한 초선과 재선 의원을 묶어 민본21을 보강하려 한다”며 ‘소장파 복구’ 의지를 밝혔지만 참여율은 미지수다. 모임 소속 한 의원은 “다들 ‘살아 있는 권력(박 전 위원장)’에 너무 줄을 서버렸다”며 “국민들이 이런 모습에 실망하면 대선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