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직선거 시스템 오류… ‘이번엔 투표 중단’ 빌미 잡은 구당권파 “강기갑 사퇴”

입력 2012-06-28 00:31


통합진보당이 27일 인터넷 투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당직 선거를 중단하고 재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궁지에 몰렸던 구당권파는 즉각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2차 진상조사보고서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릐당직 선거 온라인 투표도 오류=통합진보당은 당 대표 등을 뽑기 위해 25일부터 진행 중이던 인터넷 투표가 이날 새벽 시스템 이상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혁신비대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가 등과 선관위가 논의한 결과 투표값 일부가 사라져 온라인 투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모든 계파의 선대본부가 이런 내용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투표값이 사라진 원인이 서버 자체의 문제인지, 투표관리 프로그램의 문제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다음달 2일부터 7일까지 재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28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를 의결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30일까지 마감될 투표도 사실상 연기됐다. 당초 28일까지 온라인 투표, 29일 현장투표, 30일 전화 ARS 투표 순으로 실시될 예정이었다.

일단 통합진보당은 인터넷 투표 시스템 오류 원인이 해킹이나 외부 공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선거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버를 봉인했기 때문에 투표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날 비례대표에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특위 발표 직후에 투표 시스템이 마비됐다는 점에서 외부 해킹 의혹도 나오고 있다.

릐구당권파, “강기갑 사퇴해야” 총공세=구당권파는 온라인 투표 오류를 빌미로 신당권파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구당권파 핵심인 이석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진보정당사에서 초유의 대형 사고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치적 책임이 있다면 다른 차원에서 표현해야 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미희 의원도 “서버 이상 문제로 선거권 보유자의 30%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의 투표값이 사라졌다”며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당원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으로 당 안팎으로 몰매를 맞던 구당권파는 이번 일을 당권 재탈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당권파 측은 “투표 중단은 송구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혁신비대위에 대한 총사퇴 요구는 비례대표 2차 진상조사 결과를 호도하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릐2차 보고서에도 이석기, 김재연 “사퇴 안해”=비례대표 경선에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2차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지만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이 의원은 “2차 보고서를 책임진 특위위원장도 ‘보고서가 매우 부실하다, 객관성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말한 만큼 보고서는 사실적 근거가 취약하다”며 “아직 사퇴 시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청년비례선거는 문제가 없었음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당권파인 윤영태 진상조사특위 위원은 “특위가 미투표자 현황을 특정 인터넷 주소(IP)에서 총 1484번 열람한 것을 부정선거로 모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며 “온라인 투표자들의 전화 문의를 받고 신원확인 절차를 위해 미투표자 현황을 검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MBC 라디오에 나와 구당권파의 반발에 대해 “자기 마음에 드는 조사 보고가 나올 때까지는 어떤 조사 결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석기 의원의 중복투표 비율이 4.7%로 다른 계파 후보보다 낮다는 주장에는 “6명 이상 중복 투표한 IP까지 다 집계하면 이 의원이 28%로 가장 높다”고 반박했다. 구당권파 주장이 통계를 활용한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