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운동장이 교통사고 무법지대라니

입력 2012-06-27 21:54

교통사고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정부는 1983년 1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경찰청의 2010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차량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명의 2배였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OECD 평균 2.1명보다 1.5배, 사망자는 일본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7차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차량 1만대당 사망자 수를 1.3명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OECD 평균인 1.25명에 미치지 못한다.

6차 기본계획 기간 중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이 3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음주운전, 과속 등 난폭한 운전습관 같은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부족을 주요 요인으로 꼽지만 기본계획만 앞세운 채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도로교통법상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스쿨존에 학교 운동장 등이 포함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을 들 수 있다. 학교 안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뺑소니, 사망사고가 아니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골반골절, 장기파열 등 중상을 입었는데도 검찰은 가해자에게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어린 학생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학교에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학교안전을 관리하는 관계당국은 대책이 마땅치 않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는 많이 줄었다. 2011년에 연간 사망자가 처음으로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학부모, 관할 경찰서, 시민단체 등이 서로 협력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학교 안팎의 구체적인 사고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등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