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연평해전 10주년] 北도발을 우발로 축소… 국방부 판단 미스 책임론 제기

입력 2012-06-27 19:10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29일로 꼭 10년이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의 열기가 달아올랐던 6월 29일 토요일 오전 10시25분,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정이 기습공격을 감행해 왔다. 우리 해군 6명이 목숨을 잃고 18명이 부상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이 전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2연평해전 발발 직후 군에서는 ‘우발적 충돌이냐’, 북한의 ‘의도된 도발’이냐를 놓고 의견차가 컸다. 의도된 도발일 가능성이 컸지만 당시 정부의 햇볕정책 영향으로 북한에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기류가 강했다. 국방부는 발발 일주일 만인 7월 5일이 돼서야 북한 해군 8전대사령부까지 개입돼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다고 밝혔다.

우발적 충돌로 몰아가려 했던 군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통신감청 임무를 수행한 5679부대장이었던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7월 5일 한미연합사령관이 전격적으로 국방장관을 예방해 미측 입장을 전달한 뒤 국방부 공식 입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 경비정이 단독으로 자행한 우발적 충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이를 무시했던 정보판단 오류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한 전 소장은 북한의 이상행태 징후가 해전 발발 16일 전부터 감지돼 보고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군 정보 관계자는 “당시 정치적 분위기에서 북한 정보를 우호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은 상당히 강했다”며 “중요 군사 정보를 정치적 분위기에 편승해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2연평해전을 패전으로 매도해선 안 되며 정당한 평가와 전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선제 공격을 했음에도 북한의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해군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으며 등산곶 684정은 대파돼 기동불능 상태에서 예인됐다. 684정 함장 역시 우리 측 응사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제2연평해전은 패전으로 간주됐다. 전사자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러졌고 보상 수준도 턱없이 낮았다. 추모식은 2003년 1주기 때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참수리 357정이 소속된 경기도 평택 2함대에서 해군참모총장 등 해군 관계자와 유족들만 참석한 채 치러졌다. 2008년이 돼서야 정부는 명칭을 ‘서해교전’에서 승전 의미를 담은 ‘제2연평해전’으로 바꾸고 추모식도 해군 주관에서 정부 주관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전술적으로는 우리가 졌다고 볼 수 있지만 기습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대응해 북한에 큰 피해를 안긴 장병들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