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첨단 IT시대의 한국교회
입력 2012-06-27 17:42
최근 미국 ‘애플’사가 공개한 모바일 운영체제 iOS6에는 음성인식기능 ‘시리(Siri)’의 한국어판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시리’는 사람의 단순한 명령만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과 어느 정도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대화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시리는 사용자들의 ‘사랑해’라는 말에,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아시잖아요” “우리의 사랑은 현실적 희망도 없는 두 개의 그림자가 키스하는 것 같아요” “저의 스승 중 한 분은 ‘사랑은 지성을 넘어선 상상의 승리’라고 말씀하셨어요. 전 아직도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요”라고 대답하기도 하였다.
이 정도면 컴퓨터 및 스마트 기기들이 단순한 업무보조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적인 친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대화하기보다,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SNS 글 달기, 문자하기, 인터넷 서핑 등에 정신이 없는데, 스마트폰이 본격적인 ‘친구’ 역할까지 수행한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될까? 아마 어디서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혼잣말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는 50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격리되고 소외된 사람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현대 IT기술이 겉보기로는 인간사회를 이전보다 더욱 긴밀하게 연결해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단절시키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최근 각종 뉴스에서 보듯,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은 진정한 의사소통이 아니다. 최근 한 연구는 자폐증세와 인터넷 중독의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즉 현대인들이 인터넷(SNS 포함)과 온라인게임에 빠져들수록, 그들은 사회로부터 더 격리되고, 따라서 그들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IT세대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이 IT 세계최강국 대한민국에서 사역하는 한국교회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재 IT업계의 유행을 좇아, 한국교회 역시 기존의 라디오나 케이블TV를 넘어 IPTV 그리고 스마트폰 어플까지 방송매체를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는 선교 목적으로 시작된 한국교회의 방송이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첨단 IT기술이 힘들게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은혜로운 말씀을 ‘언제 어디서나 편안히 그리고 골라가며’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비주얼을 강조하는 문화적 추세에 따라 현대교회의 예배가 ‘보는 예배’로 변모되는 경향이 있는데, IT기술이 발전하며 아예 ‘보기만 하는 예배’로 변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구경꾼’ 성도들이 늘수록 교회의 각종 친교 및 봉사활동은 마비될 수밖에 없고, 그런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하나 된 몸’이라는 교회가 IT 첨단기술로 인해 분열되지 않도록, 한국교회는 성도들에게 ‘실제 자신의 몸으로 드리는’ 예배, 친교 및 봉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안산 꿈의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