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예배모임 '카리스'…‘선한 전도사’ 역할 톡톡

입력 2012-06-27 18:09

[미션라이프] 서울 청담고 2학년 김승태(16)군은 한동안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멍하게 있을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학교 기도 모임에 참석한 후 달라졌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공부에도 관심을 갖게됐다. 성경읽기에 재미를 붙였고 ‘체육을 통한 선교’라는 장래의 분명한 희망도 생겼다.

승태를 바꾼 모임은 서울 압구정동 청담고 종교연구반 ‘카리스’다. 헬라어로 ‘은혜’란 뜻의 이 모임은 청담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기도와 예배 모임이다.

카리스 부원들은 매일 아침 7시30분 ‘QT(경건의 시간)’를 하고 수요일 정오에는 예배를 드린다. QT를 위해 등교 시간보다 20분 일찍 온다.

수요일에는 점심을 후딱 먹고 예배를 드린다. 고교생들이 주관하는 예배지만 교회의 예배 의식처럼 형식을 다 갖춘다. 찬송과 기도가 이어지고 말씀은 학교 근처 교회 교역자가 전한다. 예배에는 매번 100여명 이상이 참석한다. 카리스 회원이 아니어도, 기독교를 믿지 않아도 무방하다. 물론 학년도 상관없다.

자녀들을 믿음안에서 키우겠다는 학부모들의 정성도 끈끈하다. 이들은 예배시작 2시간전부터 기도 모임을 갖는다. 기도 제목을 나누며 자녀를 위한 중보기도도 한다. 예배 후에는 빵과 음료를 나누며 자기 자녀처럼 학생들을 보듬는다.

카리스는 올해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2년 학생 2∼3명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임이 정회원 40명이 될만큼 성장했다. 처음에는 운동장 국기게양대 앞에서 뻘쭘하게 모여 기도를 드리는 소모임이었으나 이제는 학교 멀티미디어실에서 정기 예배를 드릴만큼 발전했다. 미션스쿨이 아닌 학교로는 극히 이례적이다.

졸업한 선배와의 끈도 강하다. 만남을 통해 멘토와 멘티의 관계도 맺고 있다.

2007년 졸업생 이희수(25·공군 중위)씨는 “학창시절 카리스 기도모임에 참석해 말씀을 듣고 찬양하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하나님을 더 잘 믿게 됐다”며 “내년 신입생들도 많이 들어오길 권한다”고 했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 체육교사 김강남(58·성남 선한목자교회 장로)씨는 “기도모임의 효과는 놀랍다”라며 “학생들이 활기차고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다른 학생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리스 덕분일까. 청담고엔 ‘학교폭력’이나 ‘왕따’가 거의 없다. 예배 참가 학생 모두가 각 반의 ‘선한 전도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믿음안에서 ‘형제 자매’로 느끼기 때문에 거칠고 격한 행동이 자연스레 적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학 때부터 이 모임에 참석한 박소화(16·고1)양은 “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 있어 참 기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희대(53·서울 광림교회 집사)씨는 “아이들이 깊은 사랑을 받으면서 고민거리 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이 모임이 또 다른 성과를 낳을 수 있도록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