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수사 반성없이 남 탓만 하는 검찰

입력 2012-06-26 19:35

구속영장 청구나 발부는 수사 과정의 일부일 뿐 그 자체로 유·무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영장은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하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마찬가지로 하급심의 무죄 판결이 곧 피고인이 죄가 없다는 종국적인 결정은 아니다.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면 상급심에서 다퉈볼 수 있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당할 경우 대개 수사가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검찰은 무척 신경을 쓴다.

법원도 이 같은 검찰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에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은 가능하면 발부해 주려고 노력한다. 특수수사의 귀재들이 모인 부서에서 수사상 구속이 필요하다고 청구한 만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을 참작할 뿐 다른 사항은 고려하지 않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제도가 있지만 검찰은 대개 이를 돌파한다.

그러나 이 정부 출범 후 검찰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사건 수사에서 번번이 영장을 기각 당했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뇌물수수사건 수사 과정에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수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영장이 반려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발부받아 기소하긴 했지만 검찰의 체면을 구겼다. 한명숙 전 총리도 여러 차례 무죄판결을 받았다.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검찰이 바뀐 수사 및 공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법원은 이미 이용훈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인신구속을 신중히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공판주의를 강화했다. 법관이 보는 앞에서 검찰과 피고인이 대등하게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으며 유·무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예전과 달라진 현실에 미숙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다가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이 내려지면 법원을 대놓고 비난했다. 양측이 법률적 견해를 달리해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가 나올 수 있는데도 사법부를 흠집 낸 것이다. 부실수사에 대한 반성은 않고 법원에 화풀이만 한다고 국민들이 이를 납득할지 정말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