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집트 대선, 민중혁명 뒤집는 일 없어야
입력 2012-06-26 19:33
이집트 대통령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세계의 시선이 이집트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무르시 당선자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된 만큼 그가 어떤 정책을 택하든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분명한 또 한 가지는 이집트가 아랍의 봄을 가져온 민중혁명을 거스르는 퇴행적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집트의 진로를 놓고 터키식이냐, 이란식이냐의 기로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당선자가 만약 이집트를 ‘또 다른 이란’으로 만든다면 민주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갈구해온 이집트 국민과 세계인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또 다른 이란이라고 한 것은 신정일치를 추구하는 이슬람국가로서의 이란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 이슬람 이외 다른 종교를 핍박하고,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며,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는 ‘불량국가’ 이란을 말한 것이다. 아랍권을 대표하는 이집트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무르시 당선자는 당선 후 무슬림형제단과 이 조직을 기반으로 한 자유정의당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모든 국제조약과 협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이 표방하는 이슬람원리주의와 거리를 두는 한편 소수 기독교도와 여성 등의 인권도 보듬겠다는 의지와 함께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을 뒤집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은 급격한 변화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이슬람 원리주의화가 진행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게다가 무르시 당선자가 여전히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의 영향력을 물리치고 완전한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다. 군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군부에 이양한 ‘과도헌법’을 발표했다. 이집트 사상 최초의 민주선거로 대통령에 선출된 무르시 후보에게 축하를 보내며, 이집트가 평화와 번영 속에 중동은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