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 미국인보다 중국인 더 싫어해”… 前 평양주재 英대사 에버라드 북한 체험기 발간

입력 2012-06-26 19:28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미국인보다 중국인을 더 싫어합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2006∼2008년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역임한 존 에버라드는 ‘아름다운 것만을(Only Beautiful, Please)’이라는 ‘북한 체험기’ 발간에 즈음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체제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물적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의 이런 ‘상식 밖의 정서’에 대해 에버라드 전 대사는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 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등 북한의 뿌리 깊은 독립의식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정말 어려운 북한 사회의 한 측면이 바로 ‘충성 혹은 효성(piety)’이라는 개념”이라며 그 예로 평양 중심가의 거대한 김일성 동상 아래 계단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청년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들었다.

“아무도 그에게 이 일을 시키지 않았고 주위에 다른 이들도 없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해야 할 바라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계단을 깨끗이 청소하고 있는 겁니다.”

에버라드 대사는 이 청년의 사진을 비롯해 자신이 북한에 거주하며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북한인들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평양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은 사진에 대해서는 북한인들이 참을성 있고 즐겁게 줄지어 있었고 새치기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북한 사회가 6·25 전쟁 등 엄청난 고난을 통해 얼마나 조직화되고 기율이 강한지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