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불 지르는 불펜 어찌하나
입력 2012-06-26 19:20
올 시즌 프로야구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8개 팀 선발투수들의 평균 투구 이닝은 게임당 5.55이닝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5.18이닝보다 0.37이닝이 늘었다. 그런데,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한편으로 불펜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블론세이브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선발이 아무리 잘하더라도 불펜에서 지키지 못하면 팀 전체의 사기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최근 1,2위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와 삼성을 보면 불펜의 중요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SK의 경우 지난 21일 불펜의 핵심인 박희수와 정우람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SK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45로 8개 구단 가운데 2위였지만 불펜은 9.49로 최하위였다. 불펜 왕국으로 불리는 SK의 명성과 완전 반대되는 것이다. 실제로 SK는 지난 주말 KIA와 3연전에서 2게임을 불펜들의 부진으로 역전패했다. 이에 비해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 권혁, 권오준 등이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블론세이브 회수도 3회로 8개 팀 가운데 가장 적다.
순위 다툼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중위권 팀은 불펜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최근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지며 6위까지 처진 LG는 그동안 이동현 유원상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붕괴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마무리 봉중근이 지난 22일 첫 블론세이브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해 홧김에 소화전을 때렸다가 손등뼈가 부러진 것이다. 봉중근이 2주간 결장하게 되면서 이동현과 유원상이 과부하가 걸려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위권과 하위권의 경계에 놓인 KIA도 불펜이 고민이다. 불펜의 핵이었던 박지훈의 체력이 급격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한기주는 최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박경태 유동훈 최향남 등으로 불펜을 꾸려가고 있지만 매 경기마다 마음을 졸여야 되는 상황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