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료회원제 할인점 ‘빅마켓’ 오픈… 이번엔 중소 도매상권 혼란오나
입력 2012-06-26 19:21
롯데마트가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을 열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와의 삼파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싼 가격에 제품을 선보인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도매업 중소상권까지 독식해 유통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롯데마트는 28일 서울 독산동에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Vic Market)’ 1호점을 오픈한다고 26일 밝혔다. 빅마켓 독산점은 3800여평, 지상 1∼6층 규모로 1∼2층은 매장, 3층은 편의시설, 4∼6층 주차장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유통업체가 유료회원제 할인점을 연 것은 처음이다. 이마트가 2010년 트레이더스 1호점을 열었지만 회원제는 아니다. 외국계 업체로는 1995년 미국계 코스트코가 처음 생겨나 현재 전국에 7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빅마켓 금천점 인근에는 코스트코의 국내 1호점인 양평점이 위치해 있다.
국내 최초의 유료회원제 할인점을 코스트코와 가까운 곳에 연 것은 코스트코와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빅마켓의 연회비는 일반 개인 회원이 3만5000원, 기업회원이 3만원으로 코스트코와 같다. 롯데마트 측은 “회원들에게 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 등을 최소화하고 박스 단위로 진열하는 등 상품 이외의 부분에서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며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을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까지 도매업에 뛰어들면서 지역 중소상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요 유통 업체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시장에 진출해 유통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트레이더스 서면점은 지역 중소상인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 지난해 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조정 대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코스트코나 빅마켓과 같은 창고형 대규모 소매점포는 개인 식당, 자영업자들을 고객층으로 끌어오기 때문에 도매시장을 상당히 침범하게 된다”며 “정부가 중소도매상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식 창고형 할인점과 다른 소매형 할인점 즉 ‘한국형 대형마트’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수익을 올린 국내 업체들이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다른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말바꾸기를 한다는 비난도 있다. 코스트코를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 정민수(33)씨는 “빅마켓을 ‘토종’이라고 하지만 입지 선정이나 연회비 등을 보면 ‘미국식 코스트코 따라하기’라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코스트코와 전면전을 선포한 이상 가격과 품목 면에서 어떻게 다른지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