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社가 2000억대 불법 외환거래
입력 2012-06-26 19:09
국내 굴지의 A선박회사가 싱가포르에 둔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 등을 이용해 200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외환거래를 하다 세관에 적발됐다. 또 홍콩에 유령회사를 두고 수백억원을 비밀계좌에 숨긴 이탈리아 명품의류 수입업체, 자동차 부품업체도 덜미가 잡혔다. 페이퍼 컴퍼니는 실체는 없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말한다.
관세청은 지난해 연말부터 국외투자를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가 의심되는 기업 10여곳을 선별 조사해 A사 등의 혐의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혐의가 확정된 기업들은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A사는 2007년 국내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선박을 파나마에 등록하고 운항 수입, 선박 매각대금 등 4000만 달러를 빼돌려 싱가포르에 세운 유령회사인 P사의 비밀계좌에 숨겼다. 같은 해 12월 21일에는 이 돈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유령회사인 O사를 거쳐 27일 싱가포르의 또 다른 유령회사 S사로 돌리며 자금세탁을 했다. 이어 28일 4000만 달러는 국내로 반입됐고, A사의 지주회사는 A사 지분 취득에 돈을 썼다.
또 이탈리아 명품의류 업체의 한국지사인 B사는 홍콩과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두고 홍콩의 페이퍼컴퍼니가 명품의류를 국내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익금을 빼돌렸다. B사의 불법 외환거래액은 403억원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C사는 홍콩의 유령회사를 활용해 국외예금 857억원을 신고하지 않는 등 1552억원의 불법 외환거래를 일삼았다.
김찬희 강준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