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하나銀 영업망 공유 ‘파격’
입력 2012-06-26 19:08
불황 앞에 버틸 장사가 없다. 현대카드와 하나은행이 파격적으로 영업망 공유에 나섰다. 경쟁관계인 전업계 신용카드사와 카드사를 따로 운영하는 은행이 손을 잡기는 금융업계 최초다.
현대카드는 하나은행과 영업망 상호 이용, 제휴카드 개발·마케팅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1일 체결했고, 이번 주 중에 본계약을 체결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하나은행 지점에서 현대카드와 함께 개발한 제휴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8월 중 하나은행 입출금이 가능한 체크카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손을 잡은 데엔 올 초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선언’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 은행은 전업 카드사의 체크카드에 현금인출 기능을 넣는 데 난색을 표했다. 현금인출 기능을 허용할 경우 은행 계열 카드사가 쥐고 있는 시장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자 두 회사는 경쟁보다 상생을 선택했다. 현대카드는 전국 650여개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연간 25만명이 넘는 신규회원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이득이라고 판단한다. 현대카드에 가입하려는 고객뿐 아니라 기존 현대카드 사용자들 모두 잠재적 하나은행의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리 창구를 통해 단순히 카드만 발부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상담 등을 할 수 있어 은행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업종 경계를 넘어선 영업망 공유라는 실험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형태의 금융제휴가 잇따를 수 있다고 본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