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한국법인 M&A 추진 이어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 검토… KB금융 “메가뱅크 꿈만은 아니야”
입력 2012-06-26 22:07
KB금융지주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아이리스(IRIS)’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형 매물인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도 적극 타진하고 나섰다. ‘메가뱅크론’을 주장해왔던 어윤대 지주 회장이 취임 2년 만에 내놓을 ‘작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리스’에 전사적 역량 결집=KB금융은 지난달 9일 이사회 확대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아이리스 프로젝트 추진전략과 생명보험사업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아이리스는 ING생명의 첫 글자를 따 만든 프로젝트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포괄적인 인수 전략을 통칭한다. KB금융은 두 안건을 통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이후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를 따라잡기 위한 로드맵을 이사회에 설명했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에 경영전략위 위원 외에도 모든 이사들을 참석시켜 인수의 당의성과 필요성을 피력했다.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KB생명은 약 30조원의 자산 규모로 단숨에 업계 5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또 방카슈랑스에 강점이 있는 KB생명과 고소득 전문직 영업에 강한 ING생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최근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이미 실사를 진행 중인 만큼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ING생명 인수로 그룹 수익의 80%를 은행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뱅크’ 숙원 이룰까=최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노조와의 면담에서 “직원들이 동의한다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하면서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어 회장이 ‘메가뱅크론’ 신봉자인 데다 최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대형 M&A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다소 수그러든 것도 KB금융으로서는 호재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민영화 방식은 상관없다. KB금융과 합병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화답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내 매각을 강조하면서 외부 상황도 KB금융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
그러나 정권 말 대형 M&A의 위험성과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우리금융의 부실화 우려로 인해 KB금융이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어 회장이 주장해온 ‘주주가치 극대화’ 역시 합병 후 정부의 지분 소유로 인해 가치가 훼손될 뿐더러 인수 시도 시 총파업 의사를 밝힌 금융노조의 반대도 부담이다.
어 회장도 이 같은 사내·외 우려를 의식해 최근 임원 회의에서 “우리금융 인수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