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권력’ 앞에서만 ‘살아있는’ 이상한 검찰
입력 2012-06-26 23:01
검찰의 전현직 대통령 일가 수사에 대해 형평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죽은 권력은 강하게 수사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은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억원 돈상자’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65) 여사와 딸 정연(37)씨로부터 서면답변서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2일 권 여사와 정연씨에게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아파트 매입 경위와 돈의 출처 등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정연씨는 답변서에서 “아파트 원주인인 경모(43)씨에게 전달한 13억원(100만 달러)은 아파트 구매대금”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받은 돈”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아파트 매입 과정 개입 여부와 돈의 출처에 대해 진술했으나 노 전 대통령 수사 때 이미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답변서 검토 후 정연씨에 대한 소환 또는 방문조사를 고려 중이다. 권 여사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소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상황에 따라 자금출처 확인을 이유로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연씨를 불러 조사할 경우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8개월 동안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형씨를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불기소 처분해 특혜 논란과 함께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13억원 돈상자 의혹 수사는 재탕 또는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지만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때 이미 자금 일부가 밀반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시작하면서 “기존 수사에서 나오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라고 한 설명과 배치된다.
13억원 출처 조사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박 전 회장이 이 돈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검찰이 관련 수사를 이미 내사종결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 역시 검찰의 방문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사저 조성 명목으로 20억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빌려준 게 아니고 선의로 준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썼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사건을 대검 중수부가 맡을 때부터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이번 수사가 외화밀반출 의혹에 관여한 이모씨의 폭로로 재개된 것이고, 권 여사를 조사한 것은 돈의 출처와 관련해 수사상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