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운동장 김여사’ 나와도 ‘무방비’…학교안 도로교통법 적용안돼
입력 2012-06-26 22:23
지난 25일 오후 1시쯤 하교시간의 서울 청파동 한 초등학교.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승용차를 학교 안으로 무질서하게 몰고 들어오면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과 뒤엉켰다.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등하교 시간에는 초등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교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달 18일 강원도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7)이 학부모의 승용차 앞바퀴에 깔려 골반이 으스러지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 4월엔 인천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B양(18)이 학부모 승용차에 치여 장기가 파열됐다. 2010년엔 부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휴지를 줍던 1학년 C군이 학교 교장이 몰던 차에 들이받혀 숨졌다.
교내 교통사고는 제도 미비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 상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반경 300m이내에 설정한 스쿨존은 교통법규와 안전시설, 사고발생시 처벌 기준이 일반도로보다 엄격하다. 하지만 정작 학교 안은 스쿨존에 포함되지 않을 뿐더러 도로교통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해도 가해자는 피해자 측과 합의하면 되고,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뺑소니나 피해자 사망이 아니면 거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안전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측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 교내 차량 출입 제한, 안전시설 설치 강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둔 김신희(42·여)씨는 “교내에서 보행로와 차량 통행로를 법적으로 구분하고 안전시설 설치를 강제하는 등의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회는 26일 교내에서 정해진 차량통로 외에 차량 운행을 금지하고 학교에 차량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위원회 발의 ‘각급 학교 내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교내 교통안전 관련 조례로는 국내 최초여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경북도처럼 교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자구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