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은커녕 갈등 더 격화… 이석기·김재연 사퇴 희박

입력 2012-06-27 00:07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 2차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비례대표 선거는 부정을 방조한 선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구 당권파가 진상조사특위의 보고서를 놓고 다시 충돌하면서 당내 갈등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진상조사특위는 26일 선거관리, 온라인투표, 현장투표 등 3개 분과로 나눠 조사한 결과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개입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특위는 새벽부터 오후까지 회의를 계속하다 표결로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재석 31명 중 27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보고서의 핵심은 온라인투표 분과의 조사 내용이다. 특위는 당권파, 비당권파 가리지 않고 비례대표 투표 과정에서 동일 인터넷주소(IP)에서 중복투표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동일 IP에서 최다 286회까지 중복투표가 이뤄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최다 82회까지 중복 투표가 있었다. 동일 IP 중복투표는 특정후보를 90% 이상 지지하는 몰표로 이어졌다. 또 선거관리 위원이 아닌 당직자의 자리에서 미투표현황을 최대 1151회까지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리투표나 부정투표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다.

진상조사특위는 현장 투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중 투표와 대리 투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선거권이 없음에도 현장투표를 하거나 현장과 온라인 또는 현장 두 곳에서 이중 투표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또 투표용지 담당자의 필적을 모방해 타인이 서명을 하거나, 투표자수와 투표용지가 일치하지 않자 선거인 명부의 이름을 지우는 등의 부정사례도 드러났다.

이처럼 2차 조사도 1차 조사와 동일한 결론을 내렸지만 구당권파 측은 진상조사특위가 부실한 보고서를 채택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김미희 의원은 “진상조사특위 온라인투표 분과에서 공식적으로 의뢰한 기술검증보고서가 표결을 통해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당권파는 구당권파가 무차별적인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정미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조사위원도 아닌 김 의원이 특위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더 문제”라며 “온라인투표 분과 보고서도 일부 인용했으며 폐기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진상조사특위에 참여한 양기환 위원도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부위원 7명이 특위에 참여해 발표한 것”이라며 2차 보고서가 특정 정파에 휘둘린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2차 진상조사가 신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 당 대표 선거에서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두 의원은 “1차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 2차 조사에서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혀왔으나, 특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다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선거에서 어느 쪽이 새 지도부가 되느냐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진로가 결정될 전망이다. 신당권파인 강 위원장은 당내 패권주의 청산과 김·이 의원 제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구당권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강병기 전 경남 정무부지사는 제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임성수 김아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