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백사태 우려”에 與野는 ‘네탓’ 공방
입력 2012-06-26 19:07
19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진기록을 세웠다. 대법관인 법원행정처 수장이 국회 공전으로 대법관 공백사태가 우려되자 국회를 찾았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대법원 측이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26일 권순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여야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나 ‘대법관 4명 공백사태 발생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했다. 차 처장은 “한두명은 몰라도 대법관 후보자가 4명이나 되다 보니 (재판)부 하나가 아예 구성될 수 없을 정도”라며 “저희로서는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법관 공백이 생기는 경우는 생각도 할 수 없다”며 “그런 사태가 안 생기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권 실장은 “최근에 사회적으로 복잡한 사건들이 상고심에 올라 있는데 재판부 구성이 늦어지면 재판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며 “19대 새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조속히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동안 사법부가 반신불수되는 것에 대한 감이 적었을 텐데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느낄 것”이라며 “국회가 협조를 해드리려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이 잘 안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석한 홍일표 원내공보부대표는 “여기서 30분 면담하면 민주당에서는 한 시간 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 원내대표는 대법원 측의 협조 요청이 계속되자 “사법부 구성에 협조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재판할 때 감안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 집권 여당이 문을 열어야지. 야당이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황금분할을 해줬는데 여당과 타협이 안 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사법부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새누리당만 오케이하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쪽을 찾아가시라”고 했다.
여야는 이날도 개원을 위한 물밑협상을 했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6대 현안 국정조사 등 쟁점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