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정탐방로 통행 근절 대책은… 조난객에 구조비용·과태료 부과해야

입력 2012-06-26 18:08


지난해 말 마등령 곰골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 조난됐던 등산객이 사흘 만에 구조됐던 사건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체온유지를 위한 요리를 해 먹으며 슬리핑백(침낭) 속에 들어가 있었던 덕분에 살았다. 그러자 조난 등산객이 사용한 용품이 궁금하다는 문의전화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사무소에 가끔 걸려왔다고 한다. 대부분 “침낭과 텐트가 어디 제품인지 알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도 비슷한 댓글이 이어졌다. ‘체감온도 영하 40도를 견딜 수 있게 해준 제품이 궁금하다’는 내용 등이었다.

◇비법정탐방로 통행, 솜방망이 처벌=관리공단 관계자들은 조난객이 통행금지구역에 고의로 들어갔는데도 이런 행동을 영웅시하는 사람들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많은 인력과 헬리콥터가 동원됐다. 그런데도 이런 구조비용을 원인제공자에게 물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부상자를 직접 태울 때 동원되는 119 헬기나 산림청 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조된 박모씨는 단지 비지정탐방로인 곰골로 들어선 탓에 과태료 부과 통고서를 발부받았다.

샛길 등 비법정탐방로 통행을 하다 적발되면 부과되는 과태료가 2010년 50만원에서 흡연, 취사 등과 함께 10만원으로 인하됐다. 과태료가 과하다는 민원이 많았던 탓이다. 이마저도 안 내는 경우가 절반가량에 이른다고 한다. 1년 안에 두 번째 적발되면 20만원, 세 번째 적발되면 30만원으로 과태료가 올라가지만 등산객들은 별로 겁내지 않는다.

모 군청의 한 공무원은 지난해 백두대간 종주 코스 가운데 국립공원 비법정탐방로를 주파했다고 자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열악한 공단 재정=현재 국립공원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공단에서 구조작업에 나선다. 그러나 지형이 험한 곳에서 부상자를 용케 발견해도 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부상자 헬기 수송은 119나 산림청 담당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법률상 구조지원 기관이다. 공단 설악산사무소 박용환 계장은 “약간 걷기 힘든 정도의 경상자까지 119 헬기 구조 요청을 하는 탓에 정작 중상자들이 제때 구조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산하기 전 어두워져서 랜턴이 필요하니 좀 갖다 달라거나 탈진했으니 물을 배달해 달라는 구조 요청도 많다고 한다. 이런 구조 요청도 다 들어주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체 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수는 4000만명을 돌파해 2007년 입장료 폐지 이전의 2800만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산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공단의 이재원 재난안전부장은 “그러다 보니 사고 예방보다는 구조 쪽에 한정된 인력과 예산이 편중된다”며 “무엇보다 산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무리한 산행과 비법정탐방로 출입을 자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제=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