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생명을 덤으로 받고 떠난 예루살렘 순례길… ‘순례자의 집’
입력 2012-06-26 18:02
순례자의 길/이백호 지음/PCMG KORE
2008년 9월, 저자는 대장 소장 맹장에 퍼진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미룬 채 목숨을 걸고 바울의 회심 장소인 시리아의 다메섹으로 떠났다. 보름간의 선교여행을 마친 뒤에야 그는 암 수술을 받았고, 여섯 차례 항암치료를 마쳤다.
이듬해 저자는 목숨보다 소중했던 바울의 선교 여정을 묶어 ‘바울의 길 나의 길’을 출간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저자는 힘들게 말했다. “이제 모든 순례의 길에 마침표를 찍었다.” ‘종합병동’ 같은 저자에게 있어 더 이상의 선교여행은 힘들거라는 의미였다.
그래서일까. 이백호 목사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이 책은 성지 이스라엘을 담고 있다. 생명을 덤으로 받고 떠난 순례자의 길, 책 곳곳에는 그날의 감동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저자는 예수님의 고향 나사렛부터 걷는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이는 수태고지교회, 의로운 사람 요셉을 기리는 요셉기념교회, 지금도 졸졸 물이 흐른다는 마리아의 우물을 거쳐 간 곳이 나사렛 산이다. 이번 순례자의 길에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이다.
“회당에 있는 자들이 이것을 듣고 다 크게 화가 나서 일어나 동네 밖으로 쫓아내어 그 동네가 건설된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밀쳐 떨어뜨리고자 하되 예수께서 그들 가운데로 지나서 가시니라”(눅 4:28∼30).
저자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모든 것은 다 변했을지라도 자연은 변하지 않기에 예수님을 밀쳐 떨어뜨리려 했던 낭떠러지는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그 길은 비교적 완만했다. 벼랑에 깔려 있는 바위들은 풍설(風雪)에 시달리며 하얀 대리석으로 변했다. 저자는 주님이 끌려가신 산길을 두루 살피며 서원했다. 2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짐이었다. “주님이 기회를 또 주실 것입니다. 고려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아픔과 눈물을 많은 기독인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책은 올 컬러로 제작됐고 성지로 향하는 순례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포켓용으로도 따로 제작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