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바라크 추종’ 20대 이집트인 한국에 정치적 망명, 난민 신청
입력 2012-06-26 08:01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집권정당에서 청년당원으로 활동하던 이집트인이 한국정부에 정치적 망명의사를 밝히고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이집트 국민민주당(NDP) 청년국 당직자 압둘 와합 유세프(28)씨가 “귀국할 경우 무바라크 정권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혁명세력에게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지위 인정 신청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2008년 NDP에 입당한 유세프씨는 알아즈하르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 대학교 청년당원들을 관리하며, 30년 가까이 집권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권을 아들에게 세습하기 위해 추진했던 개헌 과정에 관여했다. 2009년에는 이집트 유력 관광업체에 ‘낙하산 인사’로 취업하는 등 경제적 혜택도 받았다.
그러나 2011년 1월 ‘시민혁명’으로 정권이 무너지고 NDP가 해체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혁명세력은 ‘무바라크 잔재 청산’을 이유로 구정권의 수혜자들을 압박했다. 유세프씨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개인 소유의 농장이 방화로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같은 마을 사람들의 위협이 심해지자 말레이시아를 거쳐 지난해 12월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난민 신청서를 통해 “무바라크의 추종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카이로 등 어디에서도 정착할 수 없었다”며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등 생명의 위협에 시달려 이집트를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법원은 부당한 재산을 축적한 전 정권 관련 인사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며 최근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