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할머니’ 유양선씨 행안부 국민추천포상 대상… “대학 하나 세웠으면 소원이 없겠어”

입력 2012-06-26 19:28


찬밥에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 이웃 가게 주인이 건넨 간장게장 한 마리. ‘기부왕’으로 불리는 유양선(79) 할머니의 점심 식탁이다. 가게 구석에서 후루룩 한 숟가락 넘기는 식사를 평생 해왔다. 그리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젓갈장사를 하는 유양선 할머니가 올해 국민추천포상 대상을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26일 대학에 발전기금으로 19억4000만원을 기부하고 초·중·고 등 교육시설에 도서 등을 기증한 유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직업학교를 세워 기술교육 봉사를 펼친 김해영(47)씨 등 23명도 이날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유 할머니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할머니는 37년 전 노량진수산시장에 터를 잡은 후 젓갈장사로 짜게 돈을 모아 20여년 전부터 통 크게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기부액이 23억9000만원이다.

주변에서 “얼마나 기부하신지 기억나시냐. 그 돈이면 편하게 사실 텐데…”라고 하면 “제대로 몰라. 한두 번으로 그친 것도 아니고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겠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거지”라고 한다.

할머니의 첫 기부는 중학교에 입학할 학비가 없었던 소년에게 준 장학금이다.

“내가 좀 똑똑했었어. 그런데 중학교에 가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책보를 거름통에 던져 버리는 거야. 먹고 살기도 힘든데 딸자식이 농사는 안 거들고 웬 학교타령이냐는 거지. 그 시절엔 다들 그랬어.”

때문에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소년의 마음은 할머니 자신이기도 했다. 그 소년이 지금은 학업을 마치고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 됐다. 또 다른 어느 여학생은 간호대를 마치고 서울대병원에 취직했다.

할머니는 3년 전 암수술을 받았다. 그런데도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자다가도 죽는 게 사람이야. 쌓아둬서 뭐해. 대학이나 하나 세웠으면 소원이 없겠어. 우리가 배웠기 때문에 다 이만큼 살고 있잖아.”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