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上天下海, 엇갈리는 시각들

입력 2012-06-26 19:11


“징하이펑(景海鵬) 동지, 류왕(劉旺) 동지, 류양(劉洋) 동지, 수고 많았습니다. 당신들은 아주 완벽하게 수동 조작 도킹을 완수했습니다. 남은 임무도 잘 끝내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후 주석의 지시를 명심해 틀림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겠습니다. 후 주석님과 전국 인민들은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26일 오전 10시17분 베이징 우주비행통제센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톈궁(天宮) 1호 내 우주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을 중국중앙(CC)TV가 생중계했다. 우주인 3명을 대표해 후 주석의 전화를 받은 징하이펑은 현역 공군 상교(上校·대령에 해당)답게 절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후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3분가량 계속된 통화가 끝난 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상톈샤하이(上天下海)’.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4일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와 유인 심해탐사정 자오룽(蛟龍)호의 쾌거가 이어지자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바다”라는 뜻으로 이런 표현을 썼다.

이처럼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선저우 9호가 시험용 우주정거장 모듈 톈궁 1호와 수동 조작 도킹에 성공함으로써 우주인과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데 있어서 모든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게 됐다. 자오룽호가 해저 7015m까지 내려간 것은 지구상 해저의 99.8%에 대해 자원 탐사 등을 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지난 24일은 지난주 금요일(22일)부터 시작된 단오절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CCTV는 명절을 즐기는 국민들에게 국가적 경사를 중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TV와 라디오 방송은 징하이펑, 류왕, 류양 3명이 우주에서 단오절을 보낸 최초의 중국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징하이펑은 톈궁 1호에서 “전국의 인민과 전 세계 화교 여러분, 단오절 즐겁게 보내세요”라고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하늘과 바다에서 이룬 업적을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는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 10년 만에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더욱이 다음달 1일이면 창당 91주년이다.

이러한 때에 인민들에게 당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이벤트’가 있을까. 하지만 중국에서는 하늘과 바다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는데도 시큰둥한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수동 도킹과 심해저 탐사를 같은 날 성공한 것은 커다란 경사지만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러시아처럼 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우주가 아니라 ‘땅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네티즌도 상당하다. 그 예로 부정부패, 빈부격차, 물가, 식품안전, 환경보호 등과 같은 이슈를 꼽았다. 국민 복지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도 1억명이나 되는 연소득 40만원 이하 빈곤계층이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러한 의견이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이런 요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란 점이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채택한 만큼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시장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일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우주 개발이 아니더라도 언제까지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외면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사회 곳곳에서 ‘법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심각할 정도다. 시진핑(習近平)을 정점으로 한 5세대 지도부가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정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