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30] “최선 다해…” 당찬 14세 여자 다이빙 김수지

입력 2012-06-26 18:40


5회 출전·최연소… 두 태극전사의 런던행 출사표

올해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런던 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선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에 다섯 번째 출전하는 윤경신(39·남자 핸드볼) 선수 겸 플레잉 코치와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인 김수지(14·다이빙)를 만나 메달을 향한 꿈을 들어 봤다.

진천체육관 다이빙 연습장에는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올해 만 14살인 김수지(천상중)양은 이번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태극전사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다.

런던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역시 사춘기 소녀처럼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서양 사람과 말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양은 “동남아와 일본에만 가봤기 때문에 키 크고 눈이 파란 사람이 너무나 신기하다”며 “서양 사람과 대화해보려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양은 진천체육관에 마련된 주2회 영어 수업을 꼬박꼬박 듣는다고 했다.

김양은 런던에서 또 해보고 싶은 것이 런던 디즈니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라고 했다. 김양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한국보다 더 무섭고 스릴 넘치는 기구가 많다고 들었다”며 “한국 놀이동산이랑 많이 달라 무척 기대된다”고 답했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관광명소보다는 놀이동산이 더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양은 최연소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이 컸다. 국가대표가 돼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물어보자 “무뚝뚝한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쁜 표정을 좀처럼 안 짓는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내 딸을 이제 TV에서 볼 수 있겠구나”라고 했단다. 두 오빠도 “전 세계에 중계되는 TV에 동생이 나오게 돼서 무척 좋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김양은 진천선수촌에서도 화제다. 오죽하면 버스 기사도 김양을 알아보며 “어린 나이에 대표선수가 됐다. 앞으로도 시간이 많으니까 잘해라”고 격려해준다는 후문이다. 자신도 아직 어린 만큼 TV에 나온다는 것에 대해 무척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시합하는 모습을 TV로 중계하면 어떤 포즈를 취하겠느냐는 물음에 “부끄러워서 포즈도 못 취할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아직 사춘기 중학생으로서 긴 합숙훈련은 지겨운 모습이었다. 김양은 새벽훈련이 있는 날이면 오전 5시20분에 일어나 하루 종일 물속에 뛰어드는 연습을 6개월 넘게 하고 있다. 김양은 “가장 힘든 것이 친구를 못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취침시간인 10시 이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김양은 “고향인 울산에 있는 친구들이 언제 내려오느냐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남긴다”면서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어느 곳 음식이 맛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친구들이 “네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게 돼서 정말 좋다. 내 친구가 TV에 나오게 된다니 신기하다”고 힘을 준다고 한다.

김양의 주종목은 10m 플랫폼이다. 나이에 비해 훌륭한 실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권은 아니다. 김양도 “런던에서 등수는 힘들 것 같다.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리지만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양은 다부진 모습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 지금처럼 열심히 훈련한 적이 없다”면서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번 런던뿐 아니라 인천아시안게임과 다음 올림픽에서도 꼭 메달권에 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