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30] ‘백전노장’ 남자 핸드볼 윤경신 “이번엔 꼭…”
입력 2012-06-26 18:40
5회 출전·최연소… 두 태극전사의 런던행 출사표
올해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런던 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선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에 다섯 번째 출전하는 윤경신(39·남자 핸드볼) 선수 겸 플레잉 코치와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인 김수지(14·다이빙)를 만나 메달을 향한 꿈을 들어 봤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남자가 진천선수촌 식당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키가 크면 싱겁다고 하는데, 그에게선 짠내가 났다.
한국 남자 핸드볼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윤경신(2m3·110㎏). 그는 얼굴이 홀쭉해져 있었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했더니 최근에 운동으로 5㎏을 뺐다며 3㎏ 정도 더 뺄 작정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와신상담’이다.
윤경신은 1990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번에 런던에 가면 ‘올림픽 5수’를 하게 된다.
◇마지막 올림픽 메달 도전=윤경신에게 “이젠 올림픽에 출전해도 설레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그렇진 않습니다. 올림픽에 나가면 언제나 설렙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 그러네요. 이번엔 메달을 꼭 따야 할 텐데….”
윤경신은 올림픽 메달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1996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그는 13년간 뛰며 역대 최다 득점(2905골)과 단일 시즌 최다 득점(327골) 신기록을 세웠다. 6회 연속 및 통산 8회 득점왕에 올랐다. 이렇게 해외에선 잘나갔던 그였지만 네 번이나 출전한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 내지 못했다.
윤경신은 올림픽에 맺힌 한이 있다고 했다. 2004년, 2008년 잇따라 8강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이 마지막 기회이기에 그의 집념은 남다르다.
안타깝게도 남자 핸드볼의 메달 전망은 밝지 않다. 세계 랭킹 19위인 한국은 덴마크(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올림픽 무대에 서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핸드볼처럼 몸싸움이 치열한 종목에선 더 그렇다. 그만큼 윤경신은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나 자신과의 타협은 없다=39세인 윤경신은 경기 시간 60분 중 얼마나 뛸 수 있을까? 그는 20분 정도는 뛸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 20분을 위해 그는 하루 세 차례 훈련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대표팀의 고경수(27)는 이렇게 말했다. “윤 코치님이 코트에 들어서면 경기 흐름이 확 바뀝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거죠.”
고경수의 말처럼 윤경신은 핸드볼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남자 핸드볼이 아시아 정상을 지키고, 꾸준히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윤경신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그것은 한국 핸드볼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학기에 논문을 준비 중이라 은근히 신경 쓰인단다.
대표팀의 주포 이재우(33)에게 코치로서의 윤경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주문한 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무서울 정도로 혼내요. 이번 훈련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번엔 선배로서의 윤경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이재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쉬는 시간엔 스스럼없이 장난을 걸어올 정도로 인간적”이라고 했다.
진천선수촌을 떠날 무렵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남자 우생순, 못하란 법 없잖아!’
진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