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통령 당선 무르시 “이란과 관계 정상화”

입력 2012-06-26 00:27

무슬람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자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언급함으로써 중동 지역 정세가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르시 당선자는 이날 대선 결과 발표 직전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재고하고 중동 지역의 전략적 조화를 위해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친미·친이스라엘 성향이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의 외교 행보와 거리를 두고,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당선 발표 직후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의식한 듯 “모든 국제협약을 존중하고,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 그의 의중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무르시 후보는 이슬람권에서의 외교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해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 경제적 통합을 발전시키고, 외교관계를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무르시 후보의 발언은 중동 지역 내 ‘힘의 균형’을 만들어 지역 내 맹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외무부는 무르시의 승리를 환영했으나 외교적 유대를 재건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란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1979년 평화협정을 맺은 1년 뒤 이집트와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무르시 당선자는 1979년 중동의 평화를 위해 미국, 이집트, 이스라엘이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대해서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내각과 정부 기관을 통해 협정을 주의 깊게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그동안 무슬림형제단이 이념이나 종교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적대관계를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더욱이 무바라크 하야 이후 양국 간 평화협정이 파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집트 안팎에서 제기돼 왔고 지난해에는 이집트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 공격과 국경지역 충돌 발생 등 외교관계 단절 직전까지 관계가 악화돼 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스라엘 내 외교 전문가 그룹도 무르시의 당선으로 양국 간 평화협정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사실 드물다. 즈비 마젤 전 이집트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갑자기는 아니더라도 평화협정이 서서히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보좌관을 지낸 예루살렘 공공문제 연구센터의 도어 골드는 “그간 무슬림형제단이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로 볼 때 무르시 당선자로 하여금 평화협정 등 국제적인 약속을 지켜 달라고 독려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미국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인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결과 발표 몇 시간 뒤 무르시 당선자에게 전화해 “미국 정부는 이집트의 민주사회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관계를 후퇴시키지 말 것을 제시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