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엄마 때려 무서워요” 자녀 말 받아들여 이혼판결
입력 2012-06-25 19:00
정모(42)씨는 2001년 3살 연하인 남편 이모(39)씨와 1년 정도 연애하다 결혼했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남편의 막말과 폭행으로 물거품이 됐다. 견디다 못한 정씨는 2003년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남편은 정씨를 찾아와 매달렸다. 정씨는 이씨로부터 “손찌검하지 않는다. 절대 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남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폭력은 계속됐다. 2010년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아내의 뺨을 마구 때리고 온몸을 폭행했다. 정씨는 얼굴과 목, 무릎 타박상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결국 정씨는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폭행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고 이씨의 가족이 두 사람의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씨는 상고했다.
대법원은 정씨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특히 딸(10)과 아들(7)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 때문에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 아들은 진술서에서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엄마에게 욕을 하고 소리 지르며 때린다. 그래서 항상 무섭고 불안하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담당 의사는 아들에 대해 “가정폭력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불안 및 긴장 수준이 크게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딸에 대해서는 “아버지로부터 격리 및 보호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정씨가 낸 이혼 및 위자료·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