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세력엔 매서운 칼날… 입법학회 보고서로 본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권 남용 사례

입력 2012-06-25 18:58


현 정부 들어 비대화된 검찰 권한의 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이 정부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은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로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스폰서·그랜저·벤츠 검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검사들의 부패비리가 심각하지만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제식구 감싸기’로 솜방망이 처분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입법학회가 정책연구개발 용역 과제로 제출한 ‘이명박 정부하 검찰의 수사기소권 오남용 사례 및 인사실태’ 보고서는 정부정책 비판세력에 대한 검찰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MBC PD수첩 제작진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꼽았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2008년 4월 PD수첩이 방영한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이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진을 불구속 기소한 사건으로 2011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보고서는 “언론의 기능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임에도 극히 일부의 오류를 문제 삼아 형사범죄로 만든 사건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 수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 담당 부장검사가 지휘부와의 갈등 속에 사표를 제출한 사건으로서 검찰의 상명하복관계, 위계질서 등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검사도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검찰의 대표적인 ‘표적수사’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를 들었다.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 총리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지원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5만 달러의 뇌물을, 200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각각 받았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한 사건이다. 보고서는 “검찰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 예상되는 한 전 총리에 대해 또 다른 혐의로 미묘한 시기에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표적수사 논란이 제기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2011년 10월 31일 1심에서 둘 다 무죄가 선고돼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집권세력 관련 수사의 예로 효성그룹 비자금 관련 수사를 분석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 등이 비자금으로 미국에 상당 액수의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이 10여 가지 범죄의혹 첩보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부실·축소라는 비난을 받았다. 보고서는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다른 재벌가 2·3세의 유사 사건과 비교할 때 수사 진척이 거의 없다가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종결되면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해 검찰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스폰서·그랜저 검사 수사와 관련, “검찰은 내부 범죄행위에 대해 스스로 수사하지 않고 감찰이라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며 “이 때문에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별도의 수사·기소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상설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안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