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말아야 할 노령연금, 1곳에서만 3026만원 지급
입력 2012-06-25 22:21
지난달 A지사를 종합감사한 국민연금공단 감사실은 연금 지급이 소홀히 이뤄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도 조기노령연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실은 근로소득원천징수부를 제출받고 해당 수급자가 조기노령연금 대상 조건이 아님을 확인했다. A지사에서 이제껏 과다 지급한 돈은 3026만원에 이르렀고, 감사실은 즉시 환수 조치했다.
감사실은 B지사에서는 추가미지급 대상자 명부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사망한 달까지 지급해야 할 마지막 1개월치 노령연금이 국민연금의 호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장애등급이 3급에서 1급으로 변경된 한 수급자에게 지급했어야 할 연금액 등급 차액도 미지급 명부 속에 잠들어 있었다. 감사실은 3건에 해당하는 86만2000원을 즉시 지급토록 처분했다.
25일 국민연금 감사실이 공개한 6개 지사의 종합감사결과 처분요구서는 황당한 사례들로 가득했다. 직원들은 연금의 징수·지급 대상 관리에 소홀해 상당한 액수의 재정 누수를 초래하고 있었다. 출장비 과다 지급 등 근무 태도에서도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C지사에서는 행방불명자에게 연금을 내라고 한 사례가 발견됐다. 이 지사의 직원은 1년 이상 행방을 알 수 없던 거주불명자를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분류하고, 직권으로 납부재개 처리를 했다가 감사실에 적발됐다. 국민연금법 제9조는 ‘1년 이상 행방불명된 자는 지역가입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실은 해당 직원을 주의·시정 조치했다.
국고지원금을 제멋대로 지원한 사례도 드러났다. D지사에서는 농어민 국고지원 대상자가 주소를 변경해 농어민 자격을 잃었을 때 실제보다 일찍 주소가 바뀐 것처럼 처리해 지원금을 31만원 과소 지급했다. 농어업소득보다 근로소득이 많은 건강보험 취득자로 확인된 지원자에게는 국고보조 비해당 처리를 실제보다 늦게 해 56만7000원의 국고를 과다 지원했다.
국민들의 재정 누수에 무감각했던 공단 직원들은 본인의 근무와 관련해서는 실속을 차렸다. E지사에서는 출장비를 과다 지급한 사례가 30건 적발됐다. 출장을 다녀온 뒤엔 서면 보고를 해야 하지만 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무시간 중 5시간을 외출, 노동조합 활동을 한 직원도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의 부주의 행태는 비단 6개 지사에서만 일어난 일로 볼 수 없다. 감사실은 감사 대상 6곳이 애초 문제가 있던 지사가 아니며, 모든 지사가 균일한 감사를 받도록 조절하는 과정에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정기 종합감사를 담당한 박상규 공단 업무감사부장은 “91개 지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 내용이 다른 지사에서도 지적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