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수술 후 회복능력 봤더니… 70세 이상 고령환자도 젊은 사람 못잖다
입력 2012-06-25 18:3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고령의 암 환자들도 수술 후 조기 퇴원 및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하는 ‘조기회복 프로그램’ 적용이 가능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팀은 2009년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받고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에 참가한 30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70세 이상 노인도 대장암 수술 후 젊은 사람과 비슷한 회복 능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고령 환자의 경우 젊은이들과 달리 암 수술 전후 입원 및 요양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해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게 최대한 배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반인의 우려와 상반된 결과여서 주목된다.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이란 수술 전후 환자가 받게 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합병증을 줄이는 치료법을 말한다. 환자들은 입원기간을 줄여 조기에 퇴원하는 이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결장암 직장암 등 대장암 수술의 경우 수술 전 환자 조기 퇴원에 대한 불안감 떨치기 환자교육, 고통스러운 장 청소제 복용 생략, 조기 재활을 위한 최소 금식, 효과적 마취와 수술 후 장운동 저하 마약성 진통제 사용 제한, 음식물 조기 섭취, 조기 보행 훈련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표 참조).
그동안 고령 환자의 경우 젊은 환자에 비해 만성질환을 많이 갖고 있고,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도 더 많을 것으로 염려해 입원기간을 줄이고 사회 복귀를 빠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꺼려 왔다. 하루라도 더 의료진 보호 아래 안전하게 지내면서 신체적으로 무리가 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복강경 대장암 환자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수술 종류 결정과 수술 시간 단축 및 수술 중 출혈 억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70세 이상 대장암 환자들의 경우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질환, 다른 암의 동반 여부만 약간 높았을 뿐이었다는 것.
김 교수팀은 조사 대상자(303명)를 70세 이상 77명과 70세 미만 226명으로 나눠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 이용 시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은 모두 수술 후 가스 배출에 평균 2일이 걸렸으며, 대변 배출에 3일, 식이섭취에 2일, 도뇨관(수술 후 거동이 가능할 때까지 소변을 배출하는 관) 제거에 2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수술 후 항생제 사용일수도 두 그룹은 똑같이 평균 1일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입원기간의 합병증 발생률 역시 70세 이상 그룹이 26%(20명)로 70세 미만 그룹 31.9%(72명)보다 되레 낮았고, 수술 후 입원기간도 각각 8일과 9일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70세 이상 그룹이 70세 미만 그룹보다 눈에 띄게 높았던 것은 퇴원 후 응급실 방문 또는 재입원 비율이었다. 70세 미만 그룹은 전체의 4%에 불과한 반면 70세 이상 그룹의 경우 11.7%에 이른 것. 하지만 이때에도 대부분 고령 환자들이 퇴원 후 장 운동 저하로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면역력 감퇴로 인한 감염이나 기존 노인성 질환이 악화된 경우는 없었다.
김 교수는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수술 전 고통스러운 장 청소 과정을 생략하고 금식을 최소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준다”며 “수술 후에도 적절한 통증조절을 통해 조기 보행을 돕고, 장운동을 떨어뜨리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