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무르시 당선] 무슬림형제단 “이슬람 원리주의” 깃발… 美·유럽까지 세력확산

입력 2012-06-25 22:15

이집트 대선 승리 무슬림형제단

세계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MB)이 ‘재스민 혁명’의 중심지인 이집트에서 집권에 성공했다. MB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인근 이슬람 국가와 유럽, 미국에까지 뻗어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다.

무함마드 무르시(61) 당선자는 24일(현지시간) MB와 자유정의당에서 탈퇴하면서 “부통령은 MB 바깥 인물을 영입해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1000만명에 이르는 기독교인과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안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선 테러 정치=MB가 탄생한 것은 1928년이었다. 당시 20대 교사였던 하산 알 반나가 영국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혼란기에 가난한 무슬림들을 돕는 단체로 설립했다. “(혼란스러운 세계에) 이슬람이 해법”이라는 구호를 내건 MB는 가난한 무슬림들에게 밥과 종교적 자부심을 제공했다. 10여년 만에 범아랍 지역에서 100만명의 회원을 둔 대중운동 조직으로 성장했다.

힘을 얻은 MB는 ‘신정일치’를 요구하며 정치에도 뛰어들었다가 탄압을 받고 폭력 노선으로 돌아선다. 창설자 하산 알 반나는 “폭력은 이슬람 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대하다 암살당했다. 52년 MB는 청년장교 가말 압둘 나세르와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마침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나세르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세속주의 노선을 택했다. MB는 다시 해산됐다. 54년 10월 26일 나세르 대통령 암살 실패 사건이 터졌다. MB가 배후로 지목됐고, 운동의 주역들은 해외로 망명했다.

이것이 오히려 주변 국가로 MB의 이슬람 원리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이 “하마스 파타 헤즈볼라 알카에다 탈레반의 뿌리는 ‘무슬림형제단’”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요르단 이라크 수단 등에서도 MB계 정당이 유력 야당으로 활동 중이다. 지역에 따라 온건·합리적인 성향부터 폭력행동 노선까지 다양한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원리주의=이집트 대선 기간 MB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우리의 목표이지만 이집트 사회의 민주주의와 (종교적)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천명했다. 무르시 당선자는 25일 기독교인과 여성의 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콥틱 기독교회는 이날 무르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자스민 혁명의 과실을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MB가 가져간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알자지라뉴스에 따르면 재스민 혁명을 이끈 활동가 셰리프 가버가 MB를 향해 “타흐리르 광장에 가장 늦게 와서 가장 먼저 떠났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