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무르시 당선] 美 “민주주의 이정표”… 이스라엘 “평화협정 지속 희망”
입력 2012-06-25 18:30
군부 통치를 종식하고 60년 만에 치러진 민주 선거에서 이슬람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 이집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자 국제사회는 대체로 환영했다. 지난 30여년간 이집트 군부 정권과 협력했던 미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안도를 내비치면서도 이슬람주의 진영과의 관계 설정으로 고심하고 있다.
백악관은 무르시 당선에 대해 축하의 뜻을 표명하면서 다양한 정파, 유권자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고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희망적인 기조의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이집트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이정표”라고 정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결과 발표 몇 시간 뒤 무르시 당선자에게 전화해 “미국 정부는 이집트의 민주사회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마한 아흐메드 샤피크(71) 후보에게도 이집트를 통합하고 민주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 정치적 지원 역할을 주문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무르시와 그를 지원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관계를 후퇴시키지 말 것을 넌지시 제시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무수한 실정(失政)을 저지른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이 중동 평화를 약속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만큼은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미국의 신뢰를 사온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남쪽으로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은 1979년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서의 이집트 선거 결과를 존중하며 평화 협정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기쁨에 찬 수만명의 팔레스타인들은 결과가 발표되자 자치구역을 건너 거리로 나갔다. 행인들은 거리에서 사탕을 나눠주고 회교사원에는 확성기가 울려 퍼졌다. 무장한 팔레스타인들이 허공에 축하탄을 발사했으나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외교부 성명을 내고 이번 민간 정부 출범이 이집트 혁명 과정에서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도 성명을 통해 무르시의 당선을 축하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