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준] 기후변화와 가뭄극복

입력 2012-06-25 18:33


잊을 만하면 견디기 힘든 가뭄이 찾아와 농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올해 봄가뭄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중부지방은 1908년 기상관측 이래 104년 만으로 앞으로 열흘 정도 이상고온과 가뭄이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뭄대책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현장지원(관정개발, 하상굴착, 전기공급 등)이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피해복구 등의 사후대책에 집중돼 복구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상태로 실효성 있는 장기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에서는 가뭄피해 예방을 위해 70년 만의 가뭄을 겪은 1967년 이후 농업용수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40여년간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통계상 1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가뭄에 견딜 수 있는 논이 전체의 52%(52만㏊)에 이르러 전국이 한꺼번에 가뭄대란의 혼란에 빠지는 형국은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래의 가뭄은 주기가 짧아지고, 지속기간이 길어지면서 강도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과거 추진되었던 가뭄 대비 농업용수 개발이 한계를 넘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동안 10년 빈도 수준의 가뭄에 대응하도록 개발했던 저수지, 양수장 등 주요 수리시설도 앞으로 다가올 가뭄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극심한 가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충분한 ‘물그릇’을 확보하고 가뭄이 들 때 지혜롭게 물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례로 정부에서 2010년부터 추진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이번 가뭄에 위력을 발휘해 4대강 유역을 중심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사업은 농업용수가 부족하거나 홍수피해가 우려되는 전국 110개 저수지를 대상으로 2.4억㎥가량의 용수를 추가 확보해 담수능력을 제고하는 것으로 현재 20지구의 준공이 완료됐다.

지난해 둑 높이기 사업을 완료하여 강원도 원주의 176㏊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는 반계저수지의 경우 저수용량이 사업 전 174만㎥에서 283만㎥로 109만㎥ 증대되었다. 지난 5월말 100%인 283만㎥까지 저류되었다가 5∼6월 모내기 급수를 완료한 지금도 저수율 46%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가뭄이 지속되어도 영농에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농업용 저수지도 밭농사, 축산, 원예, 수산, 환경용수 등 다양하게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목적, 다기능으로 개발 및 보강하여 저수용량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더욱 강력해지는 가뭄에 대응함과 더불어 현실에 부합하는 농업용수의 공급을 위해서 다목적 농업용 저수지의 신규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농업용 저수지들의 재개발도 활발히 추진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형 용수공급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