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국민연금… 행불자에 “보험료 내라” 소득있는데도 노령연금
입력 2012-06-25 22:29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소홀로 국민 2000만명 정도가 가입해 있는 국민연금이 제멋대로 징수·지급돼 줄줄 새는 등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넘게 행방불명된 가입자를 납부 대상으로 처리했고, 엄연히 소득이 있는 수급자에게 2년 이상 조기노령연금을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방만한 기관 운영 행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25일 국민연금공단 감사실이 공개한 ‘지사 종합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6개 지사가 최근 36∼47개월간 잘못 처리한 국민연금 총액은 5349만8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 지급해 앞으로 환수해야 할 금액이 4655만2000원, 과소 지급해 추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694만6000원이었다. 감사실이 부주의를 지적한 업무처리 건수는 78건이다.
정기 종합감사계획에 따라 무작위 선정된 6개 지사의 감사 결과임을 고려하면 전국 각지에서 재정 누수를 일으키고 있는 국민연금의 전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전국에 총 91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실의 지적사항은 가입자·수급자의 자격관리, 급여관리 등 국민연금의 업무영역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우선 농어민 국고지원 대상자나 국외이주자 반환일시금 청구 대상자의 요건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 국민연금이 엉뚱한 곳에서 지급되고 있었다. 장애인지원 서비스 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입력·관리한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도로명 주소 전환 작업을 게을리 해 가입자들에게 보낸 우편물이 다량 반송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외부 위원에게 약정된 점심식사 비용보다 큰 예산을 썼고, 출장비·식비를 검토 없이 과다 지급했다. 경조사 휴가를 다녀온 뒤 감사 기간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직원도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 6개 지사에 대한 공단 측의 처분은 대부분 주의·시정·통보 등 가벼운 수준에 머물렀다.
‘2011 국민연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합쳐 모두 1988만5911명이고, 조성 기금은 393조538억7100만원이다. 기금의 68.92%는 국민들이 납부하는 연금보험료로 이뤄져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