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로 학업중단… 61년 만에 받은 고교 졸업장
입력 2012-06-25 19:21
“평균 나이 81세로 상당수가 고인이 된 상태인데 61년 만에 졸업식을 갖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인천 송도고등학교 체육관에서 25일 오전 11시 졸업장을 받은 개성 송도중학교 출신 26명의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받게 되다니 꿈만 같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졸업생 허강(81·동문회장)씨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졸업장을 받으니 마음이 벅차다”면서 “빨리 통일이 돼 민족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며 “함께 수학했던 친구들이 다 같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허씨 등 26명은 1945년 개성 송도중학교(6년제)에 입학한 32회 200명의 일원이다. 이들은 올 초 동문회에 졸업장을 요청했다. 동문회로부터 이 소식을 접한 권영섭 송도고 교장이 이수영 재단이사장에게 보고해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학업이 중단된 이유가 6·25전쟁인 점을 감안해 졸업장 수여시기를 학기와는 상관없이 정했다.
송도고 측은 32회 동창들이 생년월일을 파악한 93명에게도 졸업장을 발부해 32회 동문회에 전달했다. 고인이 된 졸업생들과 북쪽에 남아 있는 졸업생 등은 32회 동문들의 구술 증언을 인정해 생년월일은 빈칸으로 두고 졸업대장에 한자이름을 올렸다.
‘제32회 졸업식’에는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를 비롯해 재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는 학도병 출신답게 거수경례를 하는 졸업생도 있었다. 가슴에 손을 얹은 모습은 여느 학생들과 같았다.
졸업생들은 45년 4월 입학 후 6·25전쟁으로 인해 학교가 휴교를 하고, 학교 소재지인 개성이 북한에 점령되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50년 당시 송도중학교 6학년(현 고3)생들이었다. 정우개발 창업주 민석원씨, 대한빙상연맹 명예회장 장명희씨,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손평래씨, 기독교방송 사장을 지낸 이재은 목사가 그들이다.
송도고는 1906년 독립운동가 윤치호 선생에 의해 개성에서 한영서원으로 개교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송도고보가 된 뒤 38년 6년제 송도중으로 변경됐다. 광복 후에도 이 체계가 유지되다가 6·25전쟁이 나자 52년 피난지인 인천에서 가교사를 지어 피난학교를 세웠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고 휴전되면서 53년 인천 답동으로 송도중·고 교사(校舍)를 옮겼다. 현재 답동에 송도중학교가 그대로 있고 송도고등학교는 83년 옥련동으로 이전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