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조차 생소한 두경부암·사망률 1위 폐암… 한 길로 승부한다

입력 2012-06-25 17:39


암 진료도 특화경쟁 시대

의료시장은 활화산이다. 새로운 강자의 출현과 퇴출이 마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의료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고 경쟁도 치열한 분야가 바로 암센터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에 이어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 새 암병원을 짓고 있고, 중앙대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가천대길병원 등이 기존 병동을 리모델링해 암병동으로 바꾸거나 아예 수백 병상 규모의 새 암병원을 신축했다.

암 환자들은 줄지 않고 계속 증가하는 데 반해 암 병상이 부족하다는 판단과 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암 전문병원이라는 명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들이 모두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는 소화기암과 여성암 분야는 이미 ‘레드 오션’이 된 지 오래이다.

이런 점에서 한림대 의료원이 2008년 10월 국내 최초로 강동성심병원에 설립, 운영 중인 일송두경부암센터와 지난 3월 개원한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폐암전문센터는 특별히 눈에 띄는 암센터들이다. 두 병원은 남들이 전문화하지 않는 분야를 특별히 선택해 집중 투자함으로써 해당 환자와 의사들의 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암 진료에 나서는 센터의 탄생을 기대해 달라”는 두 병원의 ‘특수’ 암센터를 각각 소개한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일송두경부암센터=두경부암은 머리 두(頭), 목 경(頸), 즉 목 부위를 중심으로 한 입 주위와 목 부위에 생긴 암을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갑상선암과 후두암, 상·하인두암, 구강암(설암), 침샘암(타액선암), 코암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머리 속의 종양(뇌종양)은 제외된다.

일송두경부암센터는 ‘두경부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1990년대부터 운영하던 두경부암클리닉을 모태로 2008년 10월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통산 2100건이 넘는 각종 두경부암 수술을 시행하며 풍부한 임상경험을 축적한 게 이 센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말기암이나 수술 후 재발로 재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난도 암 수술에 정통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 이 센터는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자세가 빛을 발하면서 다른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 두경부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됐다.

현재 이곳에선 한마디로 암 치료에 필수인 정확한 진단, 완벽한 종양 제거, 결손 부위의 기능적·미용적 재건과 재활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지상 6층, 연면적 8482㎡ 규모의 병동도 환자가 한 곳에서 편리하게 의료진의 협진을 다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의료진은 일송두경부암센터장 겸 이비인후·두경부외과팀장인 노영수 교수를 중심으로 성형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사회사업과 등 총 11개과 전문의 25명으로 짜여져 있다. 이들은 얼굴과 목 부위의 암을 도려낼 때 결손 부위를 최소화함으로써 기능과 미용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수술법을 구사해 호평받고 있다.

두경부암 수술은 보통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공포심도 그만큼 크다. 이에 따라 일송두경부암센터는 수술 전에 환자 상태나 향후 치료방법, 수술 위험, 성공률 등을 환자와 가족에게 상세히 설명해 최대한 안정 상태에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수술 후에도 정신적 충격 완화를 위해 정신과 상담을 필수로 시행하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음성재활 및 식사재활 훈련을 환자가 원할 때까지 해준다. 이 훈련에 환자가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실천할 수 있는 훈련법도 가르쳐 준다.

노 교수는 “제3, 4기로 진행된 악성 두경부암 치료 관련 임상경험은 아마도 국내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며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두경부암 재발 환자의 생존율을 20∼30% 이상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 센터의 큰 자랑이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폐암전문센터=우리나라 전체 암 중 발병률 4위, 사망률 1위에 오른 폐암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겠다고 선언한 곳이다.

폐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부천성모병원 폐암전문센터는 폐암의 이런 특성을 감안, 의사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의료진 팀웍을 통한 협력 치료로 폐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이른바 ‘리얼(real) 협진’ 시스템이다.

폐와 흉부에 발생하는 양성 및 악성 종양의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만 아무리 짧아도 10년 이상 활약해 온 6개 진료과 교수들이 탄탄한 팀웍을 이뤄 폐암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6개 진료과는 호흡기내과와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이다.

이 센터는 진료 각 분야별 대표 교수들로 ‘드림(dream)팀’을 구성, 폐암 환자 한 사람의 정밀검사와 진단, 협력진료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각 분야별 핵심 교수들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각자의 치료 노하우와 경험, 최신 학술정보를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단시간에 정확한 논스톱 검사와 진단 후 최적의 치료계획 수립 및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환자들도 쓸데없이 낭비하는 대기시간을 대폭 줄여 조기 치료에 전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호흡기내과 권순석 교수(진료부원장)는 “한 명의 폐암 환자를 위해 교수 여러 명이 직접 만나 진단과 치료에 임하는 리얼 협진 시스템은 당장의 병원 수익보다는 환자 치료를 제일 우선하는 가톨릭 병원 고유의 진료 철학을 담은 암 진료 제도”라며 “폐암 치료는 스타 의사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역량이 하나로 모아진 팀 진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