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투잡도 투잡 나름
입력 2012-06-25 18:44
본업과 별도로 부업을 하는 투잡(Two Job)이 대세인 모양이다.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투명한 지갑은 더욱 얄팍해진 반면 쓸데는 많아지기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신문에 실리는 오늘의 운세에도 등장할까. ‘81년생 투잡 기회 생길 수도’라는 식으로.
서민들은 고단한 투잡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 포털 스카우트의 설문조사에서 10명 가운데 6명이 투잡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선호하는 부업은 컴퓨터 디자인 개발 기획(17.6%), 편의점 알바(14.1%), 과외(8.8%) 등으로 나타났다. 결혼식 하객 대행, 프리랜서 작가, 대리운전을 한다는 이들도 있다.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20만원 이하’가 18.6%로 가장 많았다. 편의점 알바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근무 시간대와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원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는 20%가량이 투잡을 한다고 응답했다. 두 조사 결과의 격차가 제법 크지만 투잡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주변에서도 투잡을 하거나 준비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A씨(53)는 8개월간 목공예를 배웠다. 그는 주말이면 가구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접착제나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목을 대패질하고 깎아서 가구로 만들고 있다. 50만원에 구입한 원목으로 한 달가량 제작한 가구를 150만원쯤에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땀 흘리며 노력하는 서민과는 달리 황당한 수법으로 투잡 아닌 투잡을 하는 파렴치한들도 있다. 서울 강남 ‘룸살롱 황제’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고 단속정보 등을 제공한 경찰들이 대표적이다. 금품 향응 성접대 등을 받은 ‘스폰서 검사’, 그랜저와 벤츠를 각각 받은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도 모두 투잡의 고수들이다. 대리 사장을 내세워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며 10억원대를 번 인천의 한 공무원은 투잡의 달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24일 국회의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겸직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94명이 겸직을 하고 있으며, 특히 25명은 돈을 버는 투잡쟁이들이다. 회사의 회장, 대표, 이사, 변호사, 교수 등을 맡고 있다고 한다. 안 될 말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과 정부 감시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