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헌혈한 ‘6·14 세계 헌혈의 날 혈액수급 안정화 유공자’ 최종봉 집사
입력 2012-06-25 16:43
[미션라이프] 청주시는 지난 11일 ‘6·14 세계 헌혈의 날 혈액수급 안정화 유공자’로 최종봉(46·청주 중부명성교회)집사를 선정해 시민표창을 수여했다. 지난 4년 동안 90여 차례나 헌혈한 그의 나눔을 높이 산 것이다.
5년 전까지 최 집사에게 헌혈은 1년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한 연례행사에 불과했다. 둘째 아들 민호(당시 9세)에게 혈액 질환이 발병하기 전 최 집사는 사회적 성공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술과 담배를 버리지 못했고 주말이면 마라톤과 골프로 집을 비우곤 했다. 예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석하는 것이 전부였다. 최 집사는 “그 때는 내가 잘 돼서 돈 많이 버는 것이 우리 가정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08년 민호 군이 희귀 질환을 앓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호 군은 혈소판을 정기적으로 수혈받아야 했지만 병원에서 이를 제때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병원에서는 최 집사에게 ‘보호자가 직접 혈소판 혈액을 구해 와야 한다’고 통보했다. 최 집사는 수소문 끝에 청주의 한 혈액원에서 간신히 혈소판 혈액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 정기적인 헌혈의 중요성을 절절히 깨달았다.
최 집사는 매월 2~3회 금요일을 골라 집 근처 헌혈의 집을 찾는다. 혈소판 헌혈을 위해서다. 그는 “아이가 아픈데 혈소판을 구할 수 없어 막막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며 “골수기증도 하려 했는데, 나이 제한 때문에 등록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섬기는 중부명성교회(송석홍 목사)에서도 최 집사 주도로 연 2회 헌혈의 날 행사가 진행된다. 지난해 시작돼 벌써 4회를 앞두고 있으며 연간 100여명의 성도가 동참하고 있다.
“헌혈을 하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헌혈의 집 가운데 혈소판 헌혈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긴급한 상황에서 혈소판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혈소판 헌혈 시스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 민호는 최 집사의 신앙을 제 자리로 돌려놨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지 1년 뒤인 2009년 최 집사는 ‘아버지학교’를 수료했다. 이후 아버지학교 사역을 돕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예배와 집회에서 자신의 삶을 나누는 데 열심이다. 민호를 간호하면서 큰 아들(14)과 관계가 회복된 것도 큰 축복이라 여기고 있다. 그는 “민호는 비록 하늘나라에 갔지만, 우리 가정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