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무르시 당선] 상호불신으로 정국 불안 계속

입력 2012-06-25 00:45

24일(현지시간)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하야한 지 꼭 500일이 되는 날이다. 아랍의 봄 시위로 무바라크가 30년 철권통치 끝에 물러났지만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무슬림형제단이 지원한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여전히 정국은 안갯속을 헤맬 것으로 전망된다. 군부가 의회를 해산한 채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데다 선거기간 동안 무슬림형제단과 무바라크 잔당 세력에서 나온 후보 대립으로 이집트는 상호불신과 불안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집트의 봄, 어디로 가나=무르시 후보의 당선은 민주화를 열망했던 이집트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군부와의 관계 정립이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군최고위원회(SCAF)는 지난 17일 대선 투표가 종료되자마자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군부가 독자적으로 예산권을 갖는 임시헌법을 발표했다. 군부가 약속한 대로 권력이양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군부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애초 지난 21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선거 결과는 부정선거 조사 명목으로 3일이나 미뤄졌다. 이 때문에 무슬림형제단과 군부 사이에 권력을 분점하려는 밀실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왔다. 무슬림형제단은 그간 이를 부인해왔지만 군부의 파워가 막강한 상태에서 밀실합의 의혹은 논란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저런 의혹 때문에 아랍의 봄 시위를 이끈 자유주의·좌파 성향의 여러 단체는 전날 군부나 종교의 통치를 모두 반대하는 대안으로 ‘시민전선’이란 연합 단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불안과 공포로 뒤덮인 이집트=이집트에서는 선거 결과가 대규모 폭력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 때문에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은 통제됐으며 학교와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았다. 일부 부유층은 해외로 도피했고 카이로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섰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수도 카이로 진입로를 비롯해 주요 도시 검문소와 광장 주변에는 전날 오후부터 군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됐다. 모하메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치안 담당 고위 간부들과 만나 “어떠한 폭력사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시민들 사이에 불신이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새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대립하고 있는 양측 간에 깊게 파인 골을 메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르시는 누구

1975년 카이로대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1992년부터 무슬림형제단 정치국 위원으로 활동했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을 거쳐 지난 4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 대표를 역임했다. 대선 유세 때 ‘이슬람이 해결책’이라는 구호를 채택해 보수 이슬람주의자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며 유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