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안학교의 고민… 미인가는 학력 인정 못받고, 정규학교되면 기독교 설립 정신 훼손 우려
입력 2012-06-24 19:49
‘정규 학력 인정이냐 기독정신 고수인가’
최근 기독교 대안학교가 크게 늘면서 학교의 법적 지위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기독교 대안학교는 모두 121곳. 일반 대안학교 114곳을 웃돌았다.
문제는 이들 중 83.5%가 미인가라는 점이다. ‘미인가=학력 불인정’이기 때문에 학교는 물론 학부모, 학생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24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기교연)가 발표한 ‘제2회 기독교 대안학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년 이상 미인가 기독교 대안학교 관계자의 77.4%가 학교로서의 합법적 지위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그 이유로 학력 인정 및 학생들의 진로, 안정적인 교육환경 등을 들었다.
그러나 22.6%는 정규 학교로의 인정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무엇보다 기독교 설립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력 인정과 재정 지원 등을 받을 경우 학교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간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독교 대안학교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의 인가를 받아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독교적 대안성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의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독교 대안학교 등과 관련된 법령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상진 기교연 소장은 “인가를 받으면 법적 지위를 얻어 여려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기독교 대안학교로서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기독교적 대안성을 추구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대안학교는 2006년 이전 59곳에 불과했으나 2007년 12곳 등 최근까지 매년 10여곳 이상 늘어 5년 만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설립 지역 역시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도시형 기독교 대안학교 신설이 많아진 게 특징이라고 기교연은 설명했다.
기교연은 기독교 대안학교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6일 서울 남산동2가 청어람아카데미에서 ‘2012년 기독교 대안학교 실태와 발전과제 모색’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 소장과 김지현 대안학교 팀장의 주제발표와 함께 임태규(두레자연중·고등학교) 교장과 김성천(경기도교육원 정책개발팀) 팀장 등의 토론이 이어진다.(02-6458-3456)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