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6·25] 당신이 지킨 조국, 당신을 찾는 조국
입력 2012-06-24 19:43
미처 쏴 보지도 못한 M1 실탄 묶음과 군 야전선(전화선), 녹슨 숟가락, 해진 전투화가 그 주인으로 보이는 백골과 한데 뒤엉켜 있다.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735고지. 6·25전쟁 발발 후 1년여가 지난 1951년 8월부터 한 달간 이곳에서는 국군 2사단과 중공군의 뺏고 빼앗기는 전투가 4차례나 지속됐다. 언덕의 주인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국군과 중공군은 1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이 고지의 높이는 해발 735m였지만 얼마나 많은 포격이 오갔는지 높이가 1m 낮아져 지금은 734m라고 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전쟁 62주년을 맞아 당시 처절했던 전투를 짐작하게 하는 전사자 유해발굴현장 사진 3점을 24일 공개했다. 735고지는 2006년부터 유해발굴이 시작돼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200여구를 찾아냈다. 감식단 주경배 중령은 “사진 속 전사자는 실탄 묶음과 야전선이 나온 걸로 봐서 박격포 사수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적군을 향해 기관포를 쏴 볼 겨를도 없이 전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설악산 해발 1400m 저항령 고지에서는 녹슨 철모와 왼쪽 상박골(위팔뼈) 하나가 발견됐다. 이를 시작으로 100여구의 전사자 유해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곳에서는 51년 5월 7일부터 17일까지 국군 수도사단과 11사단이 북한군 6사단, 12사단에 맞서 혈전을 벌였다. 설악산 백담사로부터 4시간을 걸어가야 보이는 이 고지는 온통 돌밭이다. 주 중령은 “흙 한 줌 없는 바위산에서 전사한 국군들의 유골이 돌 틈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현장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의 이름 없는 야산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의 왼쪽 팔목 뼈에는 손목시계가 차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곳 457고지는 51년 1월 25일부터 약 1주일간 국군 1사단과 중공군이 전투를 벌인 격전지다. 올해 처음 발굴이 시작돼 국군 전사자 70여구를 수습했다. 사진 속 손목시계엔 초침과 분침이 사라져 시계가 몇 시에 멈췄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