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말과 교감하며 치료한다… KRA 사회공헌 프로그램 ‘인천승마힐링센터’ 문 열어

입력 2012-06-24 19:38


하늘이 화창하게 갠 23일 오전 11시쯤 인천 서창동 KRA(한국마사회) 인천승마힐링센터 내 승마장.

자폐성장애 1급 정의원(20·인천 운서동)씨와 지적장애 2급 김지윤(21·여·인천 만수3동)씨가 어설픈 자세로 말 위에 올랐다. 약간 겁에 질린 듯도 했지만 말을 탄다는 사실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정씨 등은 장애청년 중심의 예비사회적기업 영종예술단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들로 승마를 통한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인천승마힐링센터는 KRA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승마힐링센터 중 처음 문을 여는 곳이다. ㈔온누리사랑나눔(이사장 전병재 목사)이 KRA로부터 위탁 운영하게 될 센터는 앞으로 발달장애 청소년과 초·중·고교 일탈 학생 및 폭력 피해자 등에게 심리상담과 승마를 통한 재활치료를 하게 된다. 정씨와 김씨는 센터의 첫 입소생인 셈이다.

정씨와 김씨는 말을 타기에 앞서 박준근 승마치료팀장에게 먼저 말과 친해지는 방법부터 배웠다. 처음에는 덩치 큰 말에 겁을 먹었지만 말의 털을 손질하고, 먹이를 주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면서 거부감이 점차 줄었다. 마른 풀을 주는 과정에서 말이 머리를 들이밀자 먹이를 놓치며 당황했던 김씨도 점차 표정이 밝아졌다. 이어 승마장으로 이동한 이들은 각자 교관 3명씩의 도움을 받아 말 타는 법을 배웠다.

승마치료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다는 홍세령(24·여) 교관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던 자폐 어린이가 승마를 통해 상태가 크게 개선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며 “센터가 발달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언어치료·놀이치료·감각치료·음악치료·드라마치료 등 심리상담과 승마치료로 나눠 운영된다. 인천 구월동에 있는 센터 상담실에서 이뤄지는 상담치료는 성결대 재단 및 교수진이 맡고, 승마치료는 서창동 승마장에서 진행된다. 승마치료가 전체 프로그램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 대표를 겸하고 있는 전병재 민들레교회 담임목사는 “센터가 잘 운영되려면 시민사회와 교회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월 1만원 기부운동’ 등에 많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8월 중 경기도 시흥에 2호 센터도 개소할 예정이다. 시흥 힐링센터도 승마장은 인천 서창동 승마장을 사용하게 된다. 마사회는 2022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KRA 승마힐링센터 30곳을 개설해 승마를 통한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 재활을 도모할 계획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