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밀어붙이고 진보 교육계는 막고… 일제고사 파열음 아이들만 멍든다
입력 2012-06-24 19:19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26일로 임박하면서 일부 학교 교실이 입시학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일제고사 시행을 밀어붙이려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진보 교육계가 파열음을 내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어른들 경쟁으로 아이들 피멍”=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충북의 A초등학교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0교시와 10교시 보충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0교시 독서시간을 빙자해 6학년생을 일찍 등교시키고 있으며, 학습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오후 8시까지 붙잡아놓고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6학년생들은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문제풀이에 매달리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B씨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담임선생님께 보충수업을 안 하겠다고 했더니 ‘내 권한이 아니다. 교장선생님께 직접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어른들의 경쟁으로 아이들이 피멍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 C고등학교는 일제고사를 대비해 하위권 학생들만 모아 ‘노력반’을 운영하고 있다. 기출문제집을 나눠준 뒤 담당교사를 배치해 집중적으로 문제풀이를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전년도 일제고사 기출문제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했다. 이 고교 K교사(28)는 “학교가 서열화돼 나타나므로 학교 측에서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포기하면서 필사적으로 시험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교과부 vs 진보 교육감, 국회의원, ‘으르렁’=학교 밖의 혼란은 더욱 심하다. 진보 교육단체, 국회의원, 교육감 등이 전방위로 교과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국 초·중·고 교사 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폐지 혹은 표집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95.6%였고 현행 유지 의견은 4.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25일 발의할 계획이다. 진도 교육감들이 장악하고 있는 강원·광주·전남·전북교육청은 일제고사 당일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담은 공문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다.
교과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정상적인 평가를 가로막는 교육청에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의 경우 중징계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제고사 결과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전교조를 필두로 한 진보 교육계가 정치투쟁의 일환으로 일제고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도경 김수현 기자 yido@kmib.co.kr